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제21대 총선이 마무리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미래통합당 내부 곳곳에서 자성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통합당은 보수재건 토론회에 진보논객을 초청해 뭇매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당내 3040세대 청년 정치인들도 별도 개혁그룹을 구성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한 예열에 나선 모습이다.

유의동·오신환 통합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연자로는 대표적 진보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을 초청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통합당은 그냥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며 “싱크탱크가 옛날에는 여의도연구원(여연)이었는데 망가졌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여연에서) 그나마 하는 게 여론조사인데 그마저도 틀리더라”면서 싱크탱크의 부재를 지적했다. 또 “보수주의자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가 없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 일부 낙선 후보들과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선거조작설과 관련, 통합당 지도부가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을 주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결국 통합당에 태극기 보수 유튜버만 달랑 남았다”며 "극단적 선동세력은 민주당도 겪었지만 적절하게 잘라냈다. 그게 열린민주당인데 여기선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강성 보수 유튜버와 함께 선거조작설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에 대해 “쳐냈어야 한다”며 “결국 그 사람마저 살려내는 것을 보고 저 당은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것을 거론했다. 황교안 전 대표가 통합당의 당권을 잡았다는 이유다. 진 전 교수는 “탄핵 정권의 패전투수를 데려다 당 대표를 시킨다는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노화된 정치권 세대교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도 보면 다 50대와 60대다. 젊은 사람 데려다 쓴다고 해도 선거 때 쓰고 버린다. 3040세대와 20대로 넘겨줘야 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모든 어른들은 다음 세대에 좋은 걸 주고 싶어하지만 문제는 그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전 대표의 ‘쓴소리’ 강연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주최자인 오신환 의원은 진 전 교수의 강연 직후 “내부 성찰을 통해 실천 방향을 마련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의 강연 직후 통합당 3040세대 수도권 총선 출마자들은 별도 토론회를 갖고 보수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역사적 참패로 마감된 21대 총선 결과는 길 잃은 보수정치를 향해 국민이 내린 마지막 준엄한 경고”라며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총선 참패의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야당심판 여론이 정권심판 여론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도 제 눈의 들보를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들은 “낡은 정치와 단호한 결별을 선언하며 보수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하겠다”며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지키는 상식 정당으로 당을 혁신 △정치·경제 등 주요 국정 의제 합리적 대안 수립 및 실천 △저성장 양극화·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및 경제회생·민생회복 등 미래담론 형성 △3040세대 정치인·당원 참여하는 가칭 젊은미래당 구성 등을 결의했다.

젊은미래당은 오신환·유의동 의원과 함께 김병민 전 서울 광진갑 후보·박진호 전 경기 김포갑 후보 등 3040세대 청년 정치인들이 주축으로 당내 그룹으로서 혁신을 위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의 인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다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결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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