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가진 K리그1 2라운드 경기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로 추정되는 마네킹을 응원 용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성인용 인형이 아니다"는 구단 측의 해명이 석연치 않으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영국의 유명 일간지 '더 선'의 기사 중에서 발췌. / '더 선' 홈페이지 캡쳐
FC서울이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가진 K리그1 2라운드 경기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로 추정되는 마네킹을 응원 용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성인용 인형이 아니다”는 구단 측의 해명이 석연치 않으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영국의 유명 일간지 ‘더 선’의 기사 중에서 발췌. / '더 선'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힘겹게 개막 축포를 쏘아올린 2020년도 K리그가 때아닌 성인인형(리얼돌)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K리그 명문구단인 FC서울이 무관중 경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설치한 응원용 마네킹이 최근 수입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리얼돌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 경기 성적은 물론 경영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할 FC서울 운영사 GS스포츠의 손발이 바빠지고 있다.

◇ BJ 본뜬 마네킹 응원… ‘국제망신’ 산 K리그

FC서울의 리얼돌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이라는 입장 표명에도 FC서울의 안일한 인식을 지적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급기야 외신까지 관련 보도를 실어 나르면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일간지 ‘더 선’과 포르투갈 스포츠 매체 등은 FC서울이 지난 7일 경기에 배치한 관중석 마네킹을 언급하며 “현지 성인용품점 홍보를 위한 성인용 인형이 관중석을 채웠다”고 보도했다.

FC서울의 부인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건 문제의 마네킹을 리얼돌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네킹이 들고 있는 응원용 피켓에 인형의 모델로 추정되는 BJ와 기획사 이름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사진이 언론 등에 노출됐다. 또 이목구비와 헤어스타일 뿐 아니라 일부 신체도 여성의 특징이 지나치게 강조 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의류용 마네킹이 주는 느낌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FC서울 측의 해명은 이 같은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18일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사과문을 보면 문제의 마네킹은 BJ 기획사에 기납품 됐던 제품이다. 의류 판매에 목적이 있는 디스플레이용 마네킹이 아닌 특정인을 본뜬 제품이었단 걸 인정함 셈이다. 그러나 FC서울은 성인제품과 관련이 있는 업체명과 이들이 관리하는 BJ 이름이 어떤 연유에서 응원문구에 새겨지게 됐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 4년 만의 우승 염원 재 뿌린 GS스포츠

뿐만 아니다. 응원을 위해 설치한 인형의 성별이 여성 일색이라는 점도 문제다. 약 30여개의 마네킹이 동원됐는데, 이 중 남성으로 보이는 마케팅은 2개 정도 뿐이다. 주로 남성들이 축구 서포터즈로 활동한다는 사실과 어긋난다. 무관중으로 열리는 경기에 조금이나마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다는 발상 속에 ‘왜곡된 성인식’이 깔려있었던 건 아닌지 우려스런 부분이다. FC서울이 아이디어를 참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만 프로야구팀 ‘라쿠텐 몽키스’와도 극명히 대조된다.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FC서울은 어렵사리 시작된 시즌 초반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됐다. 한때 강등 직전까지 갔던 위기를 이겨내고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코치진과 선수들은 물론 기대에 부푼 팬들에게 구단의 미숙한 행정이 민폐로 작용하고 있다. FC서울을 운영하는 GS스포츠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임기 3년을 맞은 엄태진 대표의 자성 섞인 목소리가 요구된다.

지난 2017년 연말 GS스포츠의 재무건전화라는 중책을 맡고 대표직을 맡은 엄 대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13년째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 400억원을 넘어섰던 매출은 지난해 348억원까지 떨어졌다. 전직인 GS칼텍스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을 만큼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알려졌지만, GS스포츠의 부채비율은 300%대에 머물고 있다. 유동비율은 20% 수준으로 위험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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