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 압박을 받던 86세대 의원들이 대거 21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상단 왼쪽부터 우상호‧이인영‧송영길, 하단 왼쪽부터 김태년‧박홍근‧서영교/뉴시스
용퇴 압박을 받던 86세대 의원들이 대거 21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상단 왼쪽부터 우상호‧이인영‧송영길, 하단 왼쪽부터 김태년‧박홍근‧서영교.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용퇴 압박을 받던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가 대거 생환하면서 21대 국회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힘입어 2000년을 전후해 대거 정치권에 진입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만 44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약 20년간 ‘86그룹’으로 세를 형성하고 기득권을 유지해오던 이들은 지난해 용퇴론에 직면했었다. ‘조국 사태’가 한바탕 정국을 휩쓸고 간 이후 ‘이철희·표창원’ 두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적 쇄신론에 불이 붙었고, 곧바로 86세대 용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86세대 간판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용퇴론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당시 이철희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세대로서의 86세대는 이제는 그만”이라며 “어지간히 했다. 때를 알고 조금 일찍 떠나주는 게 맞다”라며 86세대 용퇴론에 힘을 실었다.

1987년 당시 연세대학교 학생회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약간 모욕감 같은 걸 느끼고 있다”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86 용퇴론’ ‘세대교체론’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86세대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이 단수 공천을 받았고, 4‧15총선에서 승리해 21대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86세대의 대표주자인 이인영·우상호·송영길 의원이 생환했고 오랫동안 국회를 떠나있던 김민석, 이광재 당선인도 공백을 깨고 귀환에 성공했다. 김태년·전해철·윤호중·조정식·박홍근·박완주‧윤관석·서영교 의원 등도 86그룹에 속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 원혜영 의원 등 ‘선배 세대’ 정치인들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 정계 은퇴를 선택하면서 중진 반열에 오른 86세대들이 21대 국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1대 국회야말로 86세대가 능력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21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고 2022년 대선 승리에 기여해야만 86세대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굳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간부 출신 운동권인 김태년 의원이 최근 21대 국회 첫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177석 거대 여당을 이끌며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치러지는 8월 전당대회도 86세대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86세대 중에서는 송영길 의원이 당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 2016년과 2018년 연이어 당대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86그룹이 당권 도전을 넘어 대권 도전을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18일 <시사위크>통화에서 “86그룹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첫 번째 비서실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를 안정화시키고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탄핵 정국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정도의 선에서 머물러서는 안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 대표 정도는 해야 되고, 더 나아가 대권주자 반열에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킹메이커나, 페이스 메이커 역할 정도라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21대 국회에서 86그룹이 당의 주축 세력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념은 버리고 실용주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며 “86그룹간에 사회 개혁을 추진했던 연대를 범여권에서 야권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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