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트리플픽쳐스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순덕(김은영 분). 어느 날 성격 차이로 떨어져 지내던 엄마(조민수 분)가 들이닥쳐 엄청난 소식을 전한다. 막내가 엄마의 가겟세와 순덕의 비상금을 들고 튀었다는 것.

괘씸한 막내를 쫓기 위해 두 사람은 단 하루, 손을 잡기로 합의하고 이태원을 누비기 시작한다. 그러나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하고, 추적 끝에 밝혀지는 막내의 비밀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배우 조민수와 래퍼에서 배우로 변신한 김은영(치타)의 신선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신작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가에 정면 돌파를 택한 ‘초미의 관심사’가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초미의 관심사’는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이다. 영화 ‘분장’(2017)을 통해 배우 겸 감독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남연우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초미의 관심사’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춘 조민수(왼쪽)와 김은영. /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춘 조민수(왼쪽)와 김은영. /트리플픽쳐스

영화는 너무나 다른 엄마와 딸이 하루동안 함께하면서 싸우고 화해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딸 같은 엄마와 엄마 같은 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과 예측불허 추격전이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서로를 향한 모녀의 진심은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엄마와 딸,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 만큼 두 주연 배우의 ‘케미’가 돋보인다. 먼저 조민수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이 있지만 가족에게는 무관심했던 엄마 역을 맡아 극을 이끄는데,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흔히 그렸던 ‘엄마’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부터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딸이자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활약 중인 순덕으로 분한 김은영은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것임에도 이질감 없이 극에 녹아든다. 겉은 까칠하지만, 내면엔 따뜻함을 간직한 인물을 특유의 카리스마와 시크한 매력으로 완성해냈다. 엄마 조민수와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초미의 관심사’로 첫 영화에 도전한 김은영(치타)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로 첫 영화에 도전한 김은영(치타)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김은영은 뮤지션 치타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의 OST 전곡을 작사‧작곡했고,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재즈풍의 리듬에 치타의 음색으로 완성된 이번 OST는 영화에 색다른 감성을 더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영화 말미 메인 OST ‘Need Your Love’를 부르는 뮤지션 치타의 모습은 순덕과 엄마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완벽히 사로잡는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 그러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편견을 허무는 힘을 보여주는데, 이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는 한국인 정복부터 타투숍을 운영하는 게이 커플과 아르바이트생 싱글맘, 엄마의 어릴 적 절친인 트랜스젠더 사랑까지 인종‧성 정체성‧직업 등의 다름으로 인해 차별에 쉽게 노출됐던 캐릭터들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덕이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점도 ‘초미의 관심사’만의 색깔을 내게 하는 이유다. 연출자 남연우 감독은 “개성이 확고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누가 등장해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태원은 ‘초미의 관심사’에서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면서 “이곳을 통해 서로 다른 우리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92분,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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