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쌍방울그룹에 인수합병된 남영비비안이 1분기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거두며 흑자 전환이 불투명하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지난해 쌍방울그룹에 인수합병된 남영비비안이 1분기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거두며 흑자 전환이 불투명하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토종 이너웨어 업체 쌍방울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생존전략 차원에서 추진한 남영비비안의 인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걸로 전망돼서다. 그룹 내 계열사로 편입된 남영비비안의 향배를 가늠할 첫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융합에 애를 먹을 것으로 헤아려진다.

◇ 8년 적자 비비안… 흑자 전환 빨간불

63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영비비안이 세월의 풍파에 버거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쌍방울그룹과 한식구가 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보였지만, 옛 명성을 회복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지난 1분기 남영비비안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간신히 턱걸이했던 연매출 2,000억원 달성이 녹록지 않게 됐다. 또 1분기에만 2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흑자 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남영비비안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 유입되고 쇼핑몰과 홈쇼핑, 각종 SNS를 통해 신규 브랜드까지 등장하면서 지난 8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남영비비안은 올해 초 갑작스레 대표이사가 교체되며 최대주주 변경 초장부터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합병 진통을 겪은 남영비비안의 첫 수장으로서 조직 안정과 장기 로드맵 마련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맨’ 엄용수 전 대표가 취임 보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기도 했다. 회사는 후임자로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 감사를 지낸 이규화 대표를 선임해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엄 전 대표가 단기 부임에 그치면서 삼성DNA를 심으려던 그룹의 혁신 의지가 한 풀 꺾였다. 또 외부 수혈을 통한 ‘모험’ 보다 내부에서 인재를 발탁하는 ‘안정’으로 돌아서 보수적인 속옷업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쌍방울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쌍방울 역시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했다. 신사업인 마스크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매출(248억)은 전년 동기 보다 5% 줄어들었고 영업실적은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1분기 253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9억원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의 수혜를 입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깨고 100억대 손실을 입은 쌍방울의 분발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조기에 드러나기 위해서는 각자의 주력 부문인 내의와 란제리에서 수십 년을 거쳐 쌓은 노하우를 발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42세의 젊은 나이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세진 대표와 남영비비안 이규화 대표의 경영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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