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2 06:11
통합당, ‘윤미향 국정조사’에 신중한 이유
통합당, ‘윤미향 국정조사’에 신중한 이유
  • 정호영 기자
  • 승인 2020.05.20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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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실처리 등 의혹을 둘러싼 국정조사 추진 여부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당의 초대형 악재로 판단되면 특검·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맹공을 퍼붓던 과거 통합당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당선인을 둘러싼 당의 국정조사 추진 여부와 관련해 “국회 고유기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면서도 “통합당 입장에서 바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들어가기엔 아직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사건 추이나 검찰수사도 이제 착수 단계다. 민주당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또 당사자인 윤 당선인이 거취에 관해 어떤 입장의 변화가 있느냐 등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정조사 대상은 되지만 상황이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합당은 윤 당선인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규명 및 국정조사 추진 여부를 놓고 내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19일) “국정조사는 국민 요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같은 날 당의 진상규명 추진 계획에 대해 “너무 많이 나간 말씀”이라고 했고, 당내 의견 수렴을 묻는 질문에도 “(당론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배 원내대변인은 “원내수석부대표가 말한 의도는 국민적 분노가 대단한 사건이고 계속해 의혹이 나오니 야당 입장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윤 당선인 의혹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국정조사 추진을 거론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그렇게 발표를 하고 배 원내대변인이 반박하는 모양이었는데 (국정조사에 대한) 방향성은 있지만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는 과정이니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아니다”라며 “검찰수사가 더 나은지 국정조사가 나은지 판단해야 한다. 국정조사는 증인을 신청해서 하는, 사실상 청문회 비슷한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국정조사 대상자가 많지 않다”며 “특정 단체 운영에 대한 문제였고 그 내부에서 어떤 부도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국정조사라는 형식 자체가 섣부르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당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국정조사 추진을 연일 주장하며 여당에 강경일변도 자세로 대응해왔다.

당시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빨간 머리띠를 동여매고 수 차례 광화문 광장에 나가 지지자들을 결집해 반정부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황 전 대표가 삭발까지 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간 것도 그다지 오래 된 일이 아니다.

통합당은 이같은 투쟁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정권 심판’을 슬로건으로 4·15 총선에 임했지만, 정권 심판보다 두터웠던 ‘야당 심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패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여당과 협치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통합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총선 패배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이번 통합당의 신중한 모습을 일종의 긍정적 변화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 건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을 기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통합당의 이같은 신중론은 보수야권을 모두 끌어모아도 여당 협조가 없다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다. 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석을 더하면 103석이고, 통합당 출신 무소속 4명과 국민의당 3석을 합해도 110석 남짓이다.

절차상 국정조사 요구는 재적 의원 4분의 1(75석 이상)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에 통합당 단독으로도 가능하나, 실제 국정조사에 들어가려면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요구하는 본회의 승인이 필요해 여당의 협조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실제 국정조사가 성사되기 어렵다.

다만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봉착할 경우 민주당 일각의 윤 당선인 옹호 기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 악화에 민감한 여당이 윤 당선인을 자발적으로 잘라낼 수도 있다.

나아가 국정조사가 불가피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진영논리에 관계없이 여야가 별 탈 없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통합당 입장에서 윤 당선인 의혹을 신중하게 접근해서 아쉬울 것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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