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주호영 원내대표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주호영 원내대표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22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당 운명을 좌우할 비상대책위원회의 지휘봉을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맡기기로 결정했다.

통합당의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중 압도적 다수가 김 전 위원장을 당 재건의 적임자로 판단했다. 외부인이나 다름없는 김 전 위원장에게 기울어가는 당의 운명을 맡긴 통합당의 승부수가 묘수로 작용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 중간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우리 당 비대위원장으로, 내년 재보궐선거 때까지 모시기로 압도적으로 결정했다”며 “여러 토론이 있었지만 많은 의원들 뜻이 모아져서 비대위가 정식 출범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 권한대행은 “앞으로도 원외 당협위원장, 전국위원회나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있겠지만 방향이 잡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워크숍 직후 김 전 위원장을 찾아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김종인 호’가 확정됐다. 김 전 위원장은 “최선을 다해서 당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리는 데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지난 4월 말 전국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 찬성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추인한 바 있다. 다만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측근을 통해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관리형 비대위라고 불리울 정도로 짧은 임기가 문제가 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1년 임기를 원했다. 통합당 차기 전당대회 시점을 8월 말로 명시한 당헌 부칙 개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비대위 임기는 3~4개월에 그친다. 따라서 당시 심재철 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상임전국위를 개최해 비대위 임기를 늘리기 위한 당헌 개정을 시도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당 일각에서는 외부인(김 전 위원장)에 의존하지 말고 자강에 힘써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4·15 총선에서 여당에 완패한 지도부가 당의 지도체제를 결정하는 데 대한 반발 목소리도 빗발쳤던 점을 감안할 때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총의가 모아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날 당선인 워크숍에서 압도적 다수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임기를 보장한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에 동의했고, 이를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통합당의 가장 큰 지도체제 난제는 일단락됐다. 넉넉한 비대위 임기를 보장하는 당론이 조율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김종인 비대위는 2년 뒤 대선 후보 형성 과정까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호감’으로 대변되는 강성 보수진영과 결을 달리하면서 합리적인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 등 재창당 수준의 체질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합당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의 최종승자가 주 권한대행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내부 자강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주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혁신비대위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주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당 수습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 권한대행이 김 전 위원장을 앞세웠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177석 공룡정당으로 성장한 더불어민주당과 협상 등 원내 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김종인 비대위가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면 주 권한대행이 옳은 판단을 내린 것이 되는 반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이 난국에 처해도 비난은 김 전 위원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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