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부실 회계 및 기부금 사적 유용 등 의혹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해 정의당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재가동 됐다는 분위기다. 정의당이 찍으면 낙마한다는 데스노트의 위력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당은 전날(21일) 상무위원회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의당은 지난 14일 처음으로 윤 당선인 문제에 입을 연 뒤, 지난 20일에는 민주당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당선인 개인의 해명에만 맡겨 놓고 있다”며 “이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본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검증과 공천 책임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 역시 민주당 태도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부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과 조치를 진즉에 내놓았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이 순간까지 당사자에게만 맡기고 변죽을 울리면서 공당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그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번번이 위력을 발휘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 신고 등 의혹 때문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논란이 문제가 돼 정의당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셀프 후원 및 외유성 출장 의혹,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연루 의혹 때문에에 정의당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도 정의당 데스노트에 지목됐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 데스노트는 자취를 감췄다. 정의당은 당시 선거법 개정과 맞물리며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때의 실책이 두고두고 정의당의 발목을 잡아 왔다는 점이다. 

정의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4일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노쇠한 정당’, ‘민주당 2중대’ 등 뼈아픈 지적이 이어졌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앞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조국 사태 당시가 많이 참고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에 대해 정의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조국 사태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주당과 다른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생각보다 의석수가 작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공정에 대한 민심과 밀접하게 움직이지 못했던 측면”이라며 “지난번 조국 사태에서 한 단계 배운 점이 좀 더 왼쪽으로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과거처럼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정의당의 상황에 데스노트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에는 여야가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캐스팅 보터로서 역할이 분명했지만, 민주당이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정의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 교수는 명분이 확실한 상황에서 정의당의 데스노트의 위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정치는 숫자 싸움만이 아니라 명분”이라며 “국민들이 통합당이 반대한다면 발목잡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의당이 가세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통합당의 실망과 분노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서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며 “하지만 정의당도 동의하지 않는 문제로 분쟁만 일으킨다면 국민들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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