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11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공식 추도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3일 오전 11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공식 추도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 이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권 대세론을 굳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세론을 향한 대권 플랜을 본격 가동한 모습이다.

이 전 총리와 이 지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격차가 아직까지는 크지만, 최근 여론 흐름은 이 지사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상황이다. 10%를 넘지 못했던 이 지사의 선호도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과 4‧15총선을 거치면서 10%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에서는 신천지에 강력 대응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거뒀다. 또 4‧15총선 이후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경쟁 구도가 급변하면서 이 지사는 ‘이낙연‧황교안’ 양강 구도를 깨고 2위로 올라섰다.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에 이어 2위를 기록하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의 지지율이 통합당의 총선 참패와 종로 선거 패배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5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낙연 전 총리는 28%로 1위를 기록했고 이재명 지사는 11%를 얻어 2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3%,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2%였으며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1%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위 이하의 잠룡들과 비교적 큰 차이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지사가 대권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의 대권 플랜은 크게 ‘삼각 틀’로 가동되는 모습이다. 최대 걸림돌인 대법원 판결 ‘무사 통과’와 친문 등 당내 우호 세력 확보, 또 정책 이슈로 존재감 드러내기 등이 이 지사의 세 가지 전략이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는 ‘친형 강제입원’ 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재판 문제 위기 타개책으로 대법원에 공개변론 신청서 제출을 선택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지사의 법률 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지난 22일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이 사건은 중대한 헌법·법률적 쟁점이 있고 사회적 가치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검사와 변호인들의 공개 변론과 함께 헌법학자, 정당, 유권자, 언론인 등 각계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필요성이 높은 사건”이라는 이유로 공개변론을 신청했다.
 
나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선거운동의 자유, 선거의 공정성, 언론의 자유, 죄형법정주의 원칙, 양심의 자유 등 다양하고 중대한 헌법 및 법률적 쟁점이 포함돼 있고 판결 결과에 따라 1,300만 경기도민의 선거를 통한 정치적 결정이 부인될 가능성이 있는 등 매우 중요한 법적,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이 같은 이유로 공개변론 신청을 제기하면서 대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와 함께 당 내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한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분위기다. 특히 지난 대선 경선과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척지는 관계가 됐던 친문과도 거리 좁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2012년 부산 사상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부산 친문 이재강씨를 최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했다. 또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경기도 행사 자문을 맡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도 최근 자주 통화하며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로 내려가 친문을 포함한 호남지역 당선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또 지난 22일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해 지역 상공계 인사들과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들을 만났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친문 끌어안기에 이어 지역 영향력 확대를 통한 대선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께서 만들어 주신 길을 따라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억강부약 대동세상으로 이뤄가겠다”라며 친노 행보를 부각했다.

이와 함께 이 지사는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정책 이슈’ 선점 능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실험적 복지정책인 ‘기본소득제’ 시행을 위한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의료 사고와 인권침해 행위 예방을 위해 공공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의지를 밝히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 재난기본소득 이슈를 선도하면서 민주당의 총선 압승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사는 ‘포퓰리즘’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정부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지사는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이 문제가 되자 이를 독과점의 횡포로 규정하고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에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응으로 시행된 5·24 대북제재 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정부의 판단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대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5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는 최대 아킬레스건인 대법원 판결 문제만 해결되면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그런 제약이 있음에도 현재 대선주자로서 약진하고 있다”며 “신천지 관련해서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를 하고 재난소득 이슈도 이끌어갔던 점을 보면 이 지사는 민심의 흐름을 포착하고 그것을 이슈로 던지고 실행해내는 것에는 발군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가족 간의 갈등 문제에서 이 지사가 보였던 언행은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것이고, 이 지사가 정치를 하는 동안 가장 아픈 대목이 될 것”이라며 “또 대선 경선에서 이기려면 친문 표심이 중요한데 친문과의 정치적 앙금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점 때문에 앞으로 정치적 고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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