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제동을 걸며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논란이 재점화 될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문 의장은 지난 21일 국회의장 퇴임 간담회에서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적기”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사면론에 힘이 실렸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대통령마다 예외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나”라며 힘을 실었다.

조해진 통합당 당선인 역시 전날(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대에 보복 못하면 죽고 난 뒤에 부관참시까지 하던 악습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며 “언젠가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정치와 국민 역사 전체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은 같은 날 일제히 이러한 논란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사면 논의가 확산되는 것을 미리 저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부분 사면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국민통합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저는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분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재판이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분들을 사면하는 게 어떻게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겠는가”라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면이) 통합은커녕 갈등과 편 가르기, 분열을 증폭시킬 것이 뻔하다”며 “특히 반성 없는 사면은 더욱 안 된다. 아무런 반성 없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의 발언으로 연일 논란이 증폭됐던 ‘사면론’은 민주당의 강한 제동으로 주춤해 진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통합당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상황이어서 이러한 논란에 힘을 쏟을 여력도 없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전날(2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어떤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논쟁이 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에 본인이 굳이 (사면 논의를) 시작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면론은 그간 번번이 불거졌던 만큼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은 박 전 대통령 탄핵 2년째를 맞은 지난해 3월 사면론을 띄운 바 있고, 지난 21대 총선 때도 ‘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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