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당정청이 지난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 운용 방향을 ‘확장재정’ 기조로 잡으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재정을 풀면 경기 회복을 거쳐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2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살리고, 그 다음에 일을 해서 갚으면 되는 것”이라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한국판 ‘뉴딜’을 ‘뉴딜’답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방침에 반발하는 측에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비판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이란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채무상환능력이 있는 지속 가능한 재정 상태를 말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정부가 현재 또는 미래의 빚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통합 재정수지, 관리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이 있다. 가장 쉽게 예시로 드는 것은 국가채무인데, 한국의 2019년 기준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원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1%다. 

또한 올해 2차 추경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1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은 107%, 영국은 112%, 프랑스는 123%, 일본은 224%였다.

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미국·독일·일본 등 기축통화국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 인플레이션 고민 없이 발권력을 무한정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2015년 35.7%, 2016년 36%, 2017년 36%, 2018년 35.9%를 유지했지만, 2019년에 38.1%로 급증한 상황이다.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1.4%였다. 3차 추경이 30조원 규모로 이뤄지고 경제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44.4%로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했다’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채무비율 40%는 건전한 재정을 위한 ‘마지노선’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국가채무비율 50%’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재정 여력을 보면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가도 문제가 없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과 올 초 S&P, 피치, 무디스 등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단기적인 재정부양책을 활용해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재정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청은 국채 비율 등 재정건전성에 천착하기 보다는 재정 여력이 있을 때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면 실기(失期)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6일 “재정건전성은 긴 호흡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문제지, 당장 이 문제를 따지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부채를 관리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관리에 실패하면 국가채무비율은 관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연구원장은 같은날 조세연구원 재정포럼 5월호에 실린 기고문에서 “경기침체기 재정지출 확대는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능가한다”며 “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내년 초 시점에서 판단해 필요하다면 추경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출 확대는 장기적인 성장률 제고에는 효과가 없다는 게 전통적인 시각이나, 성장 잠재력의 하향화를 막는 데 기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경우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감소를 완화해 잠재 성장세 급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대비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국채는 늘어도 금리는 하락한 상황이라 국채에 대한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7년 GDP 대비 국채 비율은 28.7%, 3년물 국고채 금리는 5.2%였다. 10년 뒤인 2017년 국가채무는 38.2%지만 금리는 1.8% 수준이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0.8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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