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부터 도입을 앞두고 있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행정의 편의성을 우선시한 조치라며 참여연대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도입을 앞두고 있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행정의 편의성을 우선시한 조치라며 참여연대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철회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월부터 시범실시를 거쳐 클럽, 노래방 등 집합제한조치대상 시설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집합제한조치대상 시설의 관리자는 의무적으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설치해 해당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의 QR코드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그 외 시설도 자율적으로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결정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의 법률적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참여연대는 “특정한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설출입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 혹은 편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자출입명부시스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자출입명부는 접촉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이미 충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감염병 역학조사규정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법이 예정하지 않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2016년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염자 등의 인적사항, 진료기록,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등의 사용명세 및 CCTV 내역을 제 3자에게 요청하여 수집할 수 있다.

또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기초 및 광역지자체장도 경찰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 및 위치정보사업자로부터 수집할 수 있다. 지난 3월 26일부터 경찰청과 여신금융협회,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 28개 기관을 연계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가동해 감염자의 상세 위치정보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부에 이를 정도로 세세한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여기엔 감염 의심자까지 대상자에 포함돼있어 자가격리위반자의 경우 안심밴드까지 부착할 수 있다. 이러한 수단들 역시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게 단체의 목소리다.

참여연대는 “목적이 선하다고해서 위험을 막기 위한 그 어떤 방법도 다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공공기관 출입에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듯이 전자출입명부시스템이 한 번 도입되면 집합제한조치대상시설은 물론 공공기관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이 새로운 시스템을 아무런 제약 없이 도입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행정의 편의성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다.

특히 단체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이 코로나19 이후 IT기반의 통제시스템을 효율성, 편의성만을 이유로 일상 각 부문에서 용인하게 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표명했다.

끝으로 단체는 “무엇보다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임의적 수단으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것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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