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 이슈와 연계되며 후광 효과를 보고 있다. / 농심
농심이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 이슈와 연계되며 후광 효과를 보고 있다. / 농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농심이 영화와 가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모은 대중문화와 연계되며 톡톡한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쓰고도 뚜렷한 홍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마케팅 시장에서 농심은 손 안대고 코를 푼 셈이다.

◇ 글로벌 입맛 사로잡은 짜파구리… 1분기 영업익 ‘껑충’

지난 2월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은 농심에게 예상치 못한 수혜를 안겼다. 작품에서 등장한 ‘짜파구리’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키면서 실질적인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 농심의 매출은 6,8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 신장됐다. 고정비 감소 등 경영 효율화가 동반되면서 영업익(636억)은 무려 100% 넘게 늘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콕족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생충 특수가 컸다는 분석이다.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실제 농심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고른 성장을 보였다.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 법인의 매출이 각각 전년 1분기 대비 28%, 18%씩 증가했다. 이들 두 개 국가는 농심의 핵심 글로벌 무대로 도합 6,000억 가량의 연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농심은 2억 달러(약 2,500억)를 들여 2021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제 2공장을 짓고 있을 만큼 북미 지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에 신규 법인(NONGSHIM CANADA INC.)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화려한 포장이~”… ‘깡’ 열풍 타고 들썩이는 새우깡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의 실적도 뛰었다. 라면 등 전통적으로 K-푸드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에서만 무려 전년 보다 69% 매출이 상승했다. 자국 제품 소비가 강한 일본에서도 분기 매출이 35억원 늘어나는 저력을 보였고, 호주에서도 9% 성장을 일궈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에 매료된 세계 영화팬들을 위해 짜파구리 조리법을 유튜브를 통해 11개 언어로 알리는 등 글로벌 소통을 강화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연초 내내 떠들썩했던 기생충의 바통을 노래 ‘깡’이 이어받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가수 비의 노래 ‘깡’이 3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역주행 인기를 끌면서 농심의 ‘깡 시리즈’가 주목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깡의 춤과 노래를 패러디하는 유튜버들은 ‘새우깡’ ‘감자깡’ 등 농심의 스낵을 먼저 등장시키는 것을 퍼포먼스의 신호탄으로 삼고 있다. 제조품 중 흔치않은 ‘깡’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희소성 덕분에 의도치 않은 선전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나서서 ‘깡 기획전’을 열만큼 반응은 뜨겁다. 주요 오픈마켓에서는 농심의 깡 시리즈를 묶은 모음전 행사를 열고 있으며, 편의점 CU는 다음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1일 3깡’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2+1행사(감자깡‧고구마깡) 진행을 예고했다. SNS를 통해 행사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다음달 행사가 벌써”라며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겠다”는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깡’이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제품의 판매율에 관한 정확한 집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회사 내부에서 가수 비를 새우깡 모델로 발탁하자는 얘기가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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