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가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가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와 예상치 못한 반전,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워 관객 저격에 나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업 영화로는 처음 선보이는 ‘침입자’가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건축가 서진(김무열 분)에게 25년 전 실종된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처음 본 자신을 친근하게 오빠라고 부르는 유진(송지효 분)이 어딘가 불편한 서진과 달리 가족들은 금세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유진이 돌아온 후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서진은 동생의 비밀을 쫓다 자신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건에 그녀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베스트셀러 ‘아몬드’ 작가로 유명한 손원평의 첫 상업영화 장편 연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상적 소재를 비틀어 현실 공포를 선사하는 ‘침입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일상적 소재를 비틀어 현실 공포를 선사하는 ‘침입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는 누구도 믿을 수 없도록 만드는 치밀한 구성으로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나타나 가족들 사이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진도 수상하고, 그런 유진을 의심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신경증을 넘어 광증까지 보이는 서진도 마냥 믿을 수만은 없게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두 남매의 관계를 치밀하고 세밀하게 풀어내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집과 가족이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비튼 것도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가장 낯선 인물이 가장 친밀한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이 불안감과 공포감을 자아내는 장소로 변해가는 과정은 씁쓸하고, 서늘하다.

연출자 손원평 감독은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친밀한 가족이 가장 많은 비밀과 어둠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며 “기족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허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것을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침입자’에서 호연을 펼친 송지효(왼쪽)와 김무열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침입자’에서 호연을 펼친 송지효(왼쪽)와 김무열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송지효는 새로운 얼굴을, 김무열은 농익은 연기를 보여준다. 먼저 동생 유진으로 분한 송지효는 그동안 보여줬던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벗고, 섬뜩한 면모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따뜻한 미소 속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표정이 인상적이다.

김무열은 ‘스릴러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으로 극을 이끈다. 동생을 잃어버린 죄책감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서진의 감정선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낸다. 서진은 신경증에 시달리다 광증까지 폭발하는데, 인물의 심리에 따라 단계적으로 변해가는 김무열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러닝타임 102분, 6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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