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4 08:32
[기자수첩] ‘영혼수선공’, 그 선만은 넘지 마오
[기자수첩] ‘영혼수선공’, 그 선만은 넘지 마오
  • 이민지 기자
  • 승인 2020.05.29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정신의학과로 가야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는 꺼려하고, 이력이 남아 취업 등에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 약을 먹으면 오히려 더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정신의학과로 가는 문턱이 가볍고 낮아지는 동시에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각박한 현실에 ‘정신건강의학’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시선 등 여러 이유로 정신의학과를 가지 않는, 혹은 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콕 찝은 유현기 감독의 앞선 제작 동기는 “이것이야말로 드라마의 순기능이지!”라고 기자의 감탄을 절로 내뱉게 만들었다. 

KBS2TV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은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 하는 것이 아닌 ‘치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정신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신건강의학’을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은 그간 없었던 만큼 ‘영혼수선공’이 그릴 에피소드들은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시켰다. 무엇보다도 에피소드들이 모여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선한 파급력’을 기자도 시청자의 한 명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다루는 정신과 이야기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꼭 한 번쯤 해봐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던 신하균의 한 마디는 기대에 기대를 더했다.

다만 드라마가 시작하면서 딱 한 가지, 로맨스를 최대한 자제해 첫 정신건강의학을 조명하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해치지 않길 바랐다. SBS ‘스토브리그’가 로맨스 없이 담백하게 그려내며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새 역사를 썼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정신과 의사와 환자 간의 러브라인은 현실성 측면에서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고, 이는 작품의 몰입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가급적 배제되길 바랐다.

최근 ‘영혼수선공’은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에피소드들보다도, 정신과 전문의 이시준(신하균 분)과 환자 한우주(정소민 분)의 러브라인 구도를 중점적으로 다뤄냈다. 28일 방송만 해도 자신의 문제처럼 대해주는 이시준에게 호감 표시를 하는 한우주와 그런 한우주에게 흔들리는 이시준의 모습이 전체 분량의 3분의 2 가까이 차지했다. 단둘이 바닷가 여행을 가는가 하면, 손깍지와 백허그 등 스킨십을 나누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모습에 작품의 초심은 흐려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28일 방송에서 이시준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 이택경(최정우 분)을 찾아가 “제가요... 전이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치료하는 환자한테”라고 우주에게 마음이 있음을 고백, 본격적인 로맨스를 예고했다. 

29일 KBS 측 관계자는 시준과 우주의 로맨스 구도에 집중하는 제작의도를 묻는 질문에 “현재 감독님과 작가님이 촬영 중이며 집필 중인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물론 시준이 우주를 ‘치유’하는 과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로맨스 관계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의 시작이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던 제작의도를 산으로 가게 만든 발단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선한 파급력’은 시청률 2%대를 전전하며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납득 불가한 로맨스에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 로맨스 대신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을 더 살려냈다면 지금보단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덧붙여 정신건강의학이 다른 의학 분야에 비해 음지의 영역으로 치부되어왔던 과거를 고려한다면 ‘영혼수선공’의 스토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해소되긴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러 오해들이 존재하는 만큼 ‘영혼수선공’의 설정 하나, 장면 하나가 정신건강의학의 이미지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산으로 가는 ‘영혼수선공’의 모습이 안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