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는 로봇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경제, 사회 전반의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치킨을 만들고 환자를 돌보는 것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직장인 A씨는 가사도우미 로봇이 준비한 아침식사를 먹고 출근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에는 분주하게 로봇들이 청소하고 있다.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도착한 회사 입구에서는 의사로봇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유행 중인 독감의 확진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다. 혈액, 체온검사가 끝난 뒤 의사로봇은 A씨에게 간단한 증상 유무를 확인한 뒤 출입을 허가한다.

우리 생활에 로봇이 대중화된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로봇이 완벽히 자리잡기까진 한참 남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로봇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 정보통신(IT)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서비스 로봇시장이 연평균 31.5%씩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서비스 로봇시장은 2019년 31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4년에는 1,2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선정릉역 인근에 위치한 롸버트 치킨 매장 내부 모습. 주문이 들어오자 로봇들이 분주하게 치킨을 조리하기 시작한다./ 박설민 기자

◇ “치킨 만들고 커피 내리고”… 외식업에 자리잡는 로봇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사회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로봇은 다양한 경제·산업분야에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카페, 치킨 매장 등 외식업 분야에서의 로봇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로봇은 인건비가 훨씬 적게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운영할 시 발생하는 실수와 작업 속도 감소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사람보다 정확한 계량도 가능해 상품의 양에 거의 오차가 없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또한 매장 직원이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 방역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1월 문을 연 치킨 매장 ‘롸버트치킨’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언택트’ 문화가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기자가 서울 논현동 선정릉역 근처에 위치한 롸버트치킨을 방문했을 당시, 두 대의 로봇들이 분주하게 치킨을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장 내 무인 키오스크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두 대의 로봇들이 치킨을 조리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나 볼 법했던 무인로봇들이 치킨을 튀겨내는 모습은 다소 생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보다 훨씬 빠른 동작으로 튀겨낸 치킨은 품질 면에서 다른 치킨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로봇들이 만들어낸 치킨의 모습. 일반 치킨 전문점의 품질에 비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로봇의 경우 계량 측면에선 실수가 없어 맛과 품질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롸버트치킨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도 서비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치킨을 주문한 한 방문객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을 방문할 때도 혹시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로봇이 조리하는 게 사람이 조리하는 것보다 위생 측면에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카페도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커피전문 브랜드 달콤커피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운영 중인 무인 카페 ‘비트’는 지난해 세계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 전시됐던 로봇 ‘비트2E(로빈2E)’가 설치됐다.

탑재된 AI를 바탕으로 고객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비트2E에게 음료를 주문하자 약 50여가지의 맞춤형 음료 메뉴를 보여줬다. 일반 커피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원두의 종류, 진하기 정도, 시럽 양 역시 조절가능 했다. 상품을 하나 골라 주문하자 비트2E는 순식간에 음료를 완성해 전달했다.

무인카페 비트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고객은 “로봇이 만들어준 커피인데도 맛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며 “로봇이 화면(디스플레이)을 통해 웃는 것도 정감이 가서 귀엽다”고 말했다.

달콤커피 B2B영업팀 유제호 팀장은 “AI, 5G가 적용된 최신 로봇카페를 이제 일상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로봇카페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상권 입점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로봇카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잠실역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로봇 무인카페 '비트'. 주문을 하자 친절한 AI로봇이 취향에 맞는 음료를 만들어주고 있다./ 박설민 기자 

◇ 코로나19 방역 돕는 로봇도 등장… 체온검사, 상태 파악 등 임무 수행

아울러 의료계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막기 위한 로봇의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로봇들이 세계 곳곳의 방역현장 일선에서 체력적 한계가 있는 의료진을 돕고 있다. 또한 의료진들과 환자의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가 의료진에게 확산될 수 있는 불상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2차 감염 유행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싱가포르는 로봇을 이용해 방역망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은 싱가포르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애플사의 아이패드를 머리에 달고 의사와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원격의료 시스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르완다 의료진들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용 로봇을 배치했다. 벨기에의 로봇기업 조라봇츠가 개발한 이 로봇들은 환자의 체온을 재거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르완다 의료진들이 지난달 30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한 의료용 로봇(오른쪽)과 싱가포르에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봇개 '스팟'의 모습./ 뉴시스·보스톤 다이내믹스

우리나라에서도 통신사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역로봇을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6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방역활동을 5G와 AI를 탑재한 방역로봇으로 진행 중이다.

로봇은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버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자율 주행, 체온 검사, 방역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이 측정한 체온 검사 데이터를 5G 네트워크로 서버에 보내고 서버는 이를 분석해 체온이 높을 경우 현장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한 코로나19방역로봇에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인식 기술이 적용돼 출입객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요청한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경우, 로봇이 다가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요청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스크 착용도 권유한다.

SK텔레콤 최낙훈 Industrial Data 사업 유닛장은 “SK텔레콤은 코로나 방역 모범 국가 대한민국의 대표 ICT 기업으로써 국가적 재난 극복에 기술을 통해 힘을 보탤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앞으로도 5G, AI 등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언택트 시대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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