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참여가 확정될 경우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소식이 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초청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G7 연기 방침과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 등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G7이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적절히 대표하지 않는다”며 현재 G7의 구성에 대해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 것(outdated)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새로운 날짜를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뉴욕에서 UN 연차총회가 열리는 오는 9월이 될 수 있고, 혹은 오는 11월 미 대선이 끝난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 위해 이들 새로운 국가들을 초대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중은 무역전쟁, 코로나19 책임론, 대만 문제, 홍콩보안법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최고의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G7은 현재 미국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의장국인 미국은 당초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직접 대면형식으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G7+4’ 구상이 일시적인 확대인지, 장기적으로 G7를 벗어난 새로운 선진국 클럽 ‘G11’을 만들겠다는 의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G7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만큼 새로운 선진국 클럽 탄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G7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사전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현재 주요 20개국(G20) 멤버다. 한국이 G7에 초청돼 참여하게 되면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소식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방역 선진국이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며 타 국가의 참여를 제안한 것을 미뤄보면,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미국 중심으로 강대국 질서를 재편하려고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결정은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에서 주요 선진국의 모임을 주재하려고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극적인 선회”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우익 성향 산케이 신문은 1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G7 초청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느 진영에 붙을 것인지 확실히 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진단했다. 이를 감안하면 G7 초청은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외교적 쾌거지만,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또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논의에 참여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이 재개되거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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