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열세살, 수아’(2007), ‘설행_눈길을 걷다’(2016) 등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이 4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40대 여성의 특별한 여정을 통해 경계인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프랑스여자’다.

“그 순간이 기억나.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파리 유학 후 그곳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정착한 미라(김호정 분). 이별의 아픔을 겪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20년 전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옛 친구들 영화감독 영은(김지영 분)과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 분)와 재회한다.

그곳에서 2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 배우 해란(류아벨 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애쓰지만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미라는 한순간에 그때 그 시절 과거로 돌아가 꿈과 현실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된다.

‘프랑스여자’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자신이 사는 곳 프랑스에서도, 자신의 나라 한국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낯선 감정을 느끼는 경계인의 소외와 고독을 담았다.

‘프랑스여자’에서 미라로 분한 김호정. /롯데엔터테인먼트
‘프랑스여자’에서 미라로 분한 김호정.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미라의 혼란과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방식을 택했다. 20대와 40대, 프랑스 파리와 대한민국 서울, 선명하지 않은 기억과 강렬한 환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20대의 모습을 한 친구들과 마주하게 된 40대 미라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경계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줌과 동시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성을 선사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가 그려내는 여성 서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중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인생의 다층적인 경험이 있는 40대 후반 여성의 삶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담아대 공감대를 높인다.

‘프랑스여자’는 베테랑부터 독립영화계의 빛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극을 채운다. 김호정과 활발히 활동 중인 김지영, 전성기를 맞이한 김영민, 그리고 류아벨‧백수장 등 실력파 배우들이 제 몫을 해낸다.

시공간을 초월한 연출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프랑스여자’. /롯데엔터테인먼트
시공간을 초월한 연출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프랑스여자’. /롯데엔터테인먼트

먼저 김호정은 배우의 꿈을 접고 프랑스 파리에서 통역가로 살고 있는 경계인 미라로 분해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능숙한 불어 연기는 물론, 시공간을 넘나들며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미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미라의 오랜 친구인 영화감독 영은은 배우 김지영이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김영민은 20년 전 미라를 짝사랑한 연극 연출가 성우 역을 맡아 욕망에 충실한 인물을 현실감 넘치게 완성한다. 미라와 함께 배우의 꿈을 키웠던 후배 해란으로 분한 류아벨은 1인 2역부터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로 존재감을 뽐낸다. 젊은 시절의 성우를 연기한 백수장도 안정적인 연기로 힘을 보탠다.

김희정 감독은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언제나 이방인처럼 느끼는 이들의 상태를 그리고 싶었다”며 “미라는 프랑스 한복판에 있는 동시에 그녀의 생각은 서울에서 연극을 배우던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있다. 그 시간과 공간의 섞임이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보였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89분, 오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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