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제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본격 출항한 가운데, 당 일각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좌클릭’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이는 모습이다.

‘보수’ ‘자유우파’라는 단어 사용 중지를 주문한 김 위원장은 첫 공식회의에서 ‘진취’라는 단어를 꺼내들기도 했다. 1호 법안으로는 코로나 피해 관련 민생지원 패키지법을 제출했고, 정부의 3차 추경안에 대해서도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통합당 쇄신을 위한 수단으로 특정 이념을 배제하고 중도실용노선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합당이 정통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 데 대한 기존 구성원들의 우려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 나아가 ‘자유우파’라는 말을 쓰지 말라 하고, 심지어 당내에서 ‘보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가치’라는 말도 나온다”며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장 의원은 ‘통합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다’는 내용의 정강·정책을 일부 소개한 뒤 “정강·정책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정강·정책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보수의 핵심 가치는 자유와 공정, 책임이다. 법치를 구현하고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이라며 “보수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며 보수라는 단어에 화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도 김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최근 장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비판 발언을 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5월 29일 페이스북에 “압축 성장기에 있었던 보수우파의 과만 들춰내는 것이 역사가 아니듯, 한국 사회의 현재가 있기까지 보수우파의 공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발걸음은 연일 좌측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급기야 김 위원장이 매달 전 국민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아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제) 관련 고민을 하더라”라며 “테이블에 못 올리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은 “장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진보계열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를 정통 보수정당인 통합당 지도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좋게 말하면 ‘파격적’, 비틀어 말하면 ‘정체성 상실’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소득제는 긴급재난지원금과 달리 1회성이 아닌 만큼, 지속적 지급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급격한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야권의 한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야당에서 기본소득제를 하자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증세 없는 기본소득제는 빚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단순한 인기영합을 위해 여당과 유사한 정책을 펼치면 나라가 망해도 국민들이 야당으로 올 수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며 “다들 협력해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해 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시비’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좌클릭으로 대변되는 통합당 이념 탈색 기조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에 김 위원장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을 알지만 (전국위) 만장일치로 (내년 4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 않느냐”라며 “이제 시작했으니 조금 더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