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21대 국회 개원부터 원 구성 협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차 추경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통상 당의 수장이 새로 취임할 경우 상대 당의 수장과 상견례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 ‘악연’ 때문인지, 전날 김 위원장의 이 대표 예방 소식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취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로 이 대표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정당 문화와 국회를 혁신하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상당히 변화가 커지는데 여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자리를 가리키면서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농담을 건넸고, 이 대표는 웃으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새로운 모습으로…”라고 덕담으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 기조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 위원장은 전세계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제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책을 빨리빨리 세워야 한다“며 ”그런데 제가 최근 느끼는 게 한 번도 정부 재정이라는 게 경제 정책에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도 “그동안 너무 국가부채 얘기만 과도하게 하다보니…(그렇게 된 것 같다)”고 고 호응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천착해 확장 재정 기조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공감한 것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정부는) 국가부채에 대한 두려움만 있고 (국가부채가 늘면) 마치 나라가 가라앉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은 예산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어서 국회가 역할을 충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 개원과 원 구성 협상도 신속히 이뤄져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서로 공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되어있다”며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나는 임기가 곧 끝난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숙하신 분이라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원내대표 협상에 공을 넘겼다.

한편 5분간 이어진 짧은 대화에서는 두 사람의 과거 인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들은 1988년 13대 총선을 시작으로 32년간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두 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정치 초년생이었던 이 대표가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출마해 득표율 4% 차이로 김 위원장을 꺾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던 김 위원장은 친노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컷오프(공천배제)를 했고, 친노 좌장인 이 대표도 이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이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7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곧바로 복당신청을 했고, 추미애 대표 시절인 2016년 9월 당에 다시 복당했다. 이후 이 대표는 20128년 8월에는 당 대표로 선출되며 권토중래(捲土重來)에 성공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대선을 한 달 앞둔 2017년 3월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탈당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는 이번 21대 총선이었다. 야인으로 지내던 김 위원장은 총선을 한달 앞두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돌아왔고, 이 대표는 민주당 수장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177석을 석권하며 이 대표가 압승했다.

끝나는 듯 했던 두 사람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총선 참패 후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이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는 8월 임기를 마치고 정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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