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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소리꾼’, ‘흥’ 민족의 신명나는 한 판
2020. 06. 0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소리꾼’으로 뭉친 박철민‧이봉근‧이유리‧김동완‧조정래 감독. /리틀빅픽처스
영화 ‘소리꾼’으로 뭉친 박철민‧이봉근‧이유리‧김동완‧조정래 감독.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신명나는 한판놀음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우리의 흥과 멋, 한을 고스란히 녹여내,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이다.

3일 영화 ‘소리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연출자 조정래 감독과 배우 이봉근‧이유리‧박철민‧김동완이 참석했다. 

‘소리꾼’은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뮤지컬 영화다. ‘심청가’를 기반으로, 소리꾼의 인생을 담았다. 국악계의 명창 이봉근과 판소리 고법 이수자 조정래 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2016년 영화 ‘귀향’을 통해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 사실을 알리며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번에는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진솔하면서도 따뜻한 연출로 담아낸 ‘소리꾼’으로 다시 한 번 관객의 마음을 흔들 예정이다.

영화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 /리틀빅픽처스
영화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 /리틀빅픽처스

실제 판소리 고법 이수자이기도 한 조정래 감독은 “판소리에는 3요소가 있는데, 소리꾼과 고수, 청중이다”며 “고수는 소리꾼을 도와서 연주도 하고 추임새도 넣는 역할이다. 영화가 소리꾼이라고 한다면, 감독의 역할은 고수가 아닌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소리꾼’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제대로 감상한 적 없는 우리의 정통 소리를 현대음악 시스템으로 재창조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정래 감독은 “음악적으로도 단순히 국악이나 판소리 등에만 매몰되지 않고 서양적 음률을 섞었다”며 “음악감독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대학시절부터 28년간 판소리와 함께 해 왔다. 특히 1993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의 영향을 받아 ‘소리꾼’까지 만들게 됐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며 “너무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 작품 이후 나도 영화를 하게 됐고, 소리도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후 북 치는 자원봉사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 공연도 하게 됐고, 그 경험을 살려 영화 ‘귀향’을 만들었다”며 “운명처럼 여기까지 왔다. 내 영화 인생의 시작이 ‘소리꾼’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이 ‘서편제’를 오마주 했다면서 “이 영화가 잘 돼서 임권택 감독님에게 칭찬받으면 좋겠다. ‘서편제’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연희(演戲)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했고, 뛰어난 소리꾼과 고수, 나머지 배우들도 직접 노래를 했다는 게 우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소리꾼’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 주인공을 맡은 국악인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
‘소리꾼’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 주인공을 맡은 국악인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

조정래 감독의 자신감은 국악계의 명창 이봉근 덕이다. 조정래 감독은 정통 판소리의 영화적 구현을 위해 전문 국악인 이봉근을 주인공 학규 역으로 캐스팅, 음악영화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 주인공만큼은 꼭 소리도 잘하고 연기도 잘 하는 분을 모시고 싶었고, 이봉근이 오디션에 참여해 줘서 감사하게도 함께 하게 됐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하게 된 이봉근은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판소리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어 행복하더라. 내게 딱 맞아떨어지는 배역이지 않았나 싶다. 판소리로 인사드릴 수 있게 돼서 정말 좋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또 “첫 영화라 굉장히 무서웠는데 모두 기다려주시더라”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고 도와주셔서 첫 촬영 이후부터는 정말 편하게 촬영했다. 없으면 보고 싶더라. 지금도 현장이 굉장히 그립다, 그런 작품이었다”고 촬영 순간을 되돌아봤다.

‘소리꾼’에서 간난 역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하는 이유리. /리틀빅픽처스
‘소리꾼’에서 간난 역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하는 이유리. /리틀빅픽처스

극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유리는 이봉근의 열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봉근이 우리의 소리, 우리의 한을 다 녹여냈다”며 “이봉근의 소리에 우리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이봉근의 소리를 들으신다면, ‘우리의 소리가 이렇게 좋구나’ 느낄 거다. 정말 대단한 연기자이면서 소리꾼”이라고 극찬했다.

이유리는 청이(김하연 분)의 어미이자, 학규의 아내 간난 역을 맡았다.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스크린에 제대로 영화에 얼굴을 비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편안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인 간난으로 분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이유리는 “‘소리꾼’은 조정래 감독님 때문에 하게 됐다”며 “감독님이 내가 아주 신인 때부터 지켜봤다고 하더라.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라고 하고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주셨단 거에 큰 감동을 받아서 어떤 역할이든, 한 신이 나오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간난 캐릭터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강인한 여성”이라며 “그 시대의 현대 여성이다. 주눅 들지 않고 주체적으로 남편을 찾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다”라며 “내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동완(왼쪽)과 박철민도 함께 한다. /리틀빅픽처스
김동완(왼쪽)과 박철민도 함께 한다. /리틀빅픽처스

김동완과 박철민도 함께 한다. 김동완은 속을 알 수 없는 능청스러운 사기꾼 몰락 양반을 연기하고, 박철민은 학규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최고의 장단잽이 대봉으로 분한다.

김동완은 짧은 추임새지만, 완벽히 소화하고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그는 “극 중에서 소리를 안 한다”며 “하는 거라곤 ‘얼쑤’ 한 번”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데 겁이 나서 사부를 찾아 3주 정도 훈련을 받았다”며 “‘얼쑤’ 한 마디라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다르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또 “‘서편제’나 국악에 관련된 여러 콘텐츠를 많이 보며 어설프게나마 체득한 것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이봉근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 감독님이 왜 이 분야에 깊이 빠져있는지 알겠더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묻어가게 된 것 같다”고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박철민은 ‘소리꾼’에 대해 “조선 후기 광대들의 이야기”라며 “우리(배우)도 광대지 않나. 광대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설렜고 새로웠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이봉근의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엄청난 경험을 했고, 행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지친 국민들에게 우리의 소리, 우리의 가락, 우리의 장단과 흥, 멋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소리꾼’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길 소망했다.

‘소리꾼’이 제2의 ‘서편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