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제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정치권이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제 등 사실상 증세가 불가피한 세금 복지 정책을 앞다퉈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 돌파 수단으로 기본소득제 및 추가 재난지원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제의 경우 재난지원금과 달리 일회로 그치지 않는 지속적 현금 지원 정책이어서 기획재정부 등 일각에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관련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이달 내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해 “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추경 당정협의에서 “과감한 3차 추경안 편성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신속한 재정투입은 우리 경제 시스템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차 추경은 약 3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차 추경(11조 7천억원)과 2차 추경(12조 2천억원) 합산액을 상회하는 규모다.

민주당 지도부 외 유력 정치인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달(5월) 말 ‘전 국민 1인당 2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건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약 10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두관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각오해야 한다”며 “이 지사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경제위기로 가계가 어려워지면 국가가 직접 소비 여력을 돕는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한다”며 “(경제 상황이) 위중할 때는 당연히 비상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당 쇄신을 위해 새롭게 출범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제) 관련 고민을 하더라"며 “테이블에 못 올리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합당 초선 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경제 정책을 바라볼 때 물가안정, 고용, 국제수지 균형 등을 이야기하지만 최종적으로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길을 가다 빵집을 지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며 “그런 가능성을 높여야 자유가 늘어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실적으로 전 국민에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어렵게 됐으니, 기본소득제와 같은 보편적 복지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빵 사례’를 들어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통합당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김종인 체제에서 기본소득제 카드를 제시할 만큼 당내 기류가 변화한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장제원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에는 이미 여러 개의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다”며 “유사민주당 심지어 유사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빈부갈등이나 격차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보다는 복지체계를 합리적으로 새롭게 정립하면 되지 않느냐”며 “세금으로 한 없이 퍼주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만큼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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