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은 올 1분기 적자 실적을 내 주목을 끌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가파른 자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순이익 실적은 신통치 못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1분기 적자 실적을 냈다. 자산규모 상위 대형사들이 대체적으로 호실 적을 기록한 것과 비교됐다.

◇ 대손충당금 적립에 발목… 페퍼저축은행, 전년에 이어 또 적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4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063억원) 보다 19.4% 증가한 규모다. 비이자손실과 대손충당금전입액 증가했지만 대출확대에 따른 이자손익이 대폭 늘면서 호실적을 냈다. 

저축은행업계의 이익 증가는 주로 대형사들이 이끌었다. 업계 1·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올 1분기 순이익이 86.6%, 128% 증가하는 등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외에 유진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도 비교적 준수한 실적을 냈다. 

반면 자산규모 상위사인 페퍼저축은행은 올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써 전년 동기(-33억원)에 이어 또 다시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셈이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자산 성장세를 보인 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순위는 업계 4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3조4,548만원으로 전년 동기(2조6,933억원) 대비 7,615억원이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말(3조3,170억원) 대비 1,378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올 1분기 이자 수익도 확대됐다. 올 1분기 이자수익은 744억원으로 전년 동기(570억원) 대비 174억원이 증가했다. 이 같은 이익 증가에도 페퍼저축은행은 적자 실적을 벗어나진 못했다. 

이유가 뭘까. 페퍼저축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상황에 따라 올 1분기에 충당금을 이전보다 더 많이 쌓았다”며 “최근 1년간 여신 규모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도 함께 늘었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자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올해 대손충당금 적립률 규제를 강화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에 집중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하고 있는 탓에, 유독 해당 분기에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금리 신용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다른 대형 저축은행 대비 수익성이 낮은 배경으로 거론됐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사는 출범 초기부터 중금리 대출에 포커스를 맞춰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에 고금리 대출 영업보다 마진율이 낮은 대신 대출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정비용 증가도 이익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사람 중심’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고용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로 계약직 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도 사내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 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7년 70명, 2018년 35명, 지난해 16명 순으로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영 철학에 따라 꾸준히 정규직 전환 작업을 해왔다”며 “이로 인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에 들어서는 다시 실적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호주 페퍼그룹이 2013년 10월 옛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곳이다. 그 해 12월 페퍼그룹은 호남 지역의 한울저축은행 자산을 인수하며 외형을 확대했다. 대주주의 지원 아래,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이 수익성 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