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기 회장이 지난 24년간 진두지휘해 온 일동후디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 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이 지난 24년간 진두지휘해 온 일동후디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 일동후디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설립 24주년을 맞는 일동후디스가 중대 국면을 마주 했다. 지난해 얽히고설켜 있던 일동제약과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노선을 걷게 된 가운데 이금기 회장이 용퇴하면서 2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 3년 연속 적자 속 홀로서는 일동후디스

일동후디스가 이금기 회장 시대와 종언을 고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84년 일동제약 사장에 오르며 식품업계 최고령 CEO로 활약해 온 이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가 일단락 된 셈이다.

이 회장은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과 함께 재계에서 손꼽히는 신화적 인물이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생산부장에 올랐다. 1963년 탄생한 ‘아로나민’ 개발에서 중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영업부장, 중앙연구소장 등 요직을 거쳐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에 올랐다. 창업자 윤용구 회장의 뒤를 이어 1994년 회장직을 맡았다.

특히 ‘경영인 이금기’를 얘기하는 데 있어 일동후디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1996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아기밀’로 유명한 남양산업을 인수해 이유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신인 남양산업의 기틀을 토대로 일동후디스는 2000년과 2003년 연이어 ‘트루맘’과 ‘산양분유’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분유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친환경을 지향하는 ‘로하스 경영’ 정신을 토대로 유제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지난해 일동제약(일동홀딩스) 계열에서 떨어져 나와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일동후디스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시장에 선도적으로 내놓은 제품들이 일반화되면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용량 RDT(Ready to Drink) 커피의 원조격인 ‘앤업커피’는 경쟁사의 영업력에 밀려 편의점 등 진열대에서 접하기 어렵게 됐다. 앤업커피의 인기 등에 힘입어 2016년 최대 매출(1,510억)을 달성한 일동후디스는 내리 3년간 매출 하락을 동반한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노블’도 막강한 마케팅을 펼친 동서식품의 ‘카누’와 남양유업의 ‘루카스나인’에 밀려 인지도 등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12년 첫 등장해 국내에 그릭요거트 열풍을 일으킨 ‘후디스그릭’은 후발 주자인 풀무원다논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 가까이 이준수 대표가 부친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지배력을 탄탄하게 구축해 놓았을 것”이라면서도 “저출산에 직면해 있는 유업계가 일찍이 카페나 아이스크림 등 신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 것처럼 일동후디스도 하루 속히 강점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흑자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