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사태에 대한 대국민연설을 한 후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와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사태에 대한 대국민연설을 한 후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와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1월 재선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앞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찰의 흑인 강경진압 사망 사건으로 인한 시위가 맞물리면서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5일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장시간 짓눌러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진압 과정에서 플로이드가 목이 눌린 채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미국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침묵하는 다수”라는 트윗을 올리며 여론이 그의 편임을 강조했다. 이는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보수층을 겨냥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내심 강경 대처를 원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전략이 적중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8%에 달해 ‘지지한다’(42.7%)를 크게 넘었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는 지지하지 않는다가 50.3%, 지지한다가 42.9%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시위 사태로 또 한번 타격을 입었다”며 “재선을 위해선 중도층 표심을 공략해야 하지만, 대통령은 고정 지지층 결집에 집중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1~2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대처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5%로 '잘 대처하고 있다(33%)'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층의 82%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시위 대처에 대해서는 67%만 지지의사를 밝혔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이탈이 생긴 것이다.

전체 응답자 64%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 3명 중 2명이 시위를 공감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27%였다.

같은 기간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실시한 별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37%,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 4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대북 정책에 많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다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상대로 경제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며 북한이 붕괴할 때까지 인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 정책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고, 제재 역시 충분히 강하지 않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전략적 인내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컨센서스가 존재하고 있기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 기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북 관여나 대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대북 접근 대신 실무협상을 통한 해법에 도달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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