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공항 관련 업계가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연봉이 인상됐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관련 업계가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연봉이 인상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가 중대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공항을 운영하는 두 공기업의 수장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직과 임금 축소 등으로 항공업계 관련 종사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미 억대에 달하는 연봉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 속에 공기업 수장으로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를 건네주기는커녕, 박탈감만 안겨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공항 관련 업계 최악 위기 속 나란히 연봉 올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4월 22일 이사회 열고, 구본환 사장 및 상임이사 5명의 2020년도 기본급을 1.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성과급 지급률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논의·결정될 예정이다.

1.8%의 인상률만 놓고 보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상임기관장에게 지급한 기본급은 2015년 1억2,756만원이었고, 2016년과 2017년엔 1억3,082만원으로 같았다. 2018년엔 1억3,783만원, 지난해에는 1억3,864만원이 기본급으로 지급됐다. 올해는 1억4,114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사상 처음으로 상임기관장 기본급이 1억4,000만원을 돌파하게 되는 셈이다. 전년 대비 기본급 인상률도 지난해 0.5%였던 것이 3배 이상 증가해 1.8%가 됐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될 성과급까지 더해질 경우 구본환 사장은 올해도 2억원대 중후반의 연봉을 수령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1억3,864만원의 기본급과 1억2,818만원의 성과급을 더해 총 2억6,682만원이 상임기관장 연봉으로 지급된 바 있다.

5일 뒤인 지난 4월 27일엔 한국공항공사가 이사회를 열고 마찬가지로 손창완 사장 및 4명의 상임이사의 연봉을 올렸다. 2020년 기본연봉을 전년 대비 2.8% 올리되, 실지급 기본연봉은 1.8%의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성과급은 손창완 사장의 경우 연봉의 최대 120%, 나머지 상임이사는 연봉의 최대 100%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공항공사 역시 상임기관장 기본급이 올해 처음으로 1억3,000만원을 넘어서게 됐다. 지난해에는 1억2,987만원이 기본급으로 지급됐고, 성과급을 포함한 총 연봉은 2억1,509만원이었다.

◇ 정부 규정·지침 따랐다지만… ‘씁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모두 기획재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임원 보수규정에 따라 절차대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봉 인상을 향한 세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상황 및 시기를 고려했을 때, 곱게 바라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공항과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 관련업계는 그야말로 중대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철저히 제한되면서 항공사는 물론 면세점 등 공항에 입점한 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았고, 이와 연계된 업종들도 줄줄이 타격을 면치 못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거나 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상당하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기준으로 집계된 인천국제공항의 무급 및 유급 휴직자와 희망퇴직자의 수는 2만7,000여명에 달했다. 평소 인천국제공항 근무 인원이 7만6,000여명이었는데, 4월 중순에 이미 3분의 1이상이 심각한 고용불안정을 직면한 것이다. 구체적인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부 측은 현재 이 인원이 3만여명 이상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4월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종특별지부를 출범했으며, 강도 높은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나 승무원 등은 평소 수입이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휴직이나 임금 축소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와중에 공항 경영진들의 연봉은 인상된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A씨(29) 역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고통분담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종특별지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인상했겠지만, 공항의 수장으로서 중대한 시점에 일선 근로자들의 심각한 고용위기를 위한 노력이 미진한 가운데 연봉이 인상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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