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고등학교 3학년 신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의 문이 8일 닫혀 있다. / 뉴시스
지난 5일 고등학교 3학년 신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의 문이 8일 닫혀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월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집담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잠실 한복판에 위치한 롯데월드가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집결하는 대표적인 여가 시설임에도 별다른 영업 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기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 늑장 대응하던 롯데월드… 집담감염 뇌관 급부상

이태원 클럽, 쿠팡물류센터, 교회, 방문판매업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 집단감염 발생 우려의 불씨가 놀이공원으로 옮겨 붙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지난 5일 서울의 대형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를 다녀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추가 감염 발생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약 3시간을, 물체 표면에서는 며칠간 생존할 수 있다고 발표해 집단감염으로 벌질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확진자가 다녀간 지난 5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7일 오후까지 롯데월드를 다녀간 입장객은 7,800여명에 이른다. 5일 하루 누적 입장객은 2,000명 정도이며 다음날인 6일과 7일 각각 4,700명과 1,100명가량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월드는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실내로 운영돼 다른 유명 놀이공원에 비해 환기에 취약한 편이다. 또 입장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띄어앉기 등 방역수칙을 권고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켰는지는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실제 “놀이가구가 출발하면 마스크를 제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내부 직원의 증언이 전해진다. 확진자가 반나절 이상을 놀이공원에 머물렀다는 점도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놀이공원은 박물관, 동물원 등과 함께 가족 및 친구 단위 방문이 잦은 여가 활동시설이라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업 주체는 물론 서울시는 코인노래방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사실상의 영업정지를 뜻하는 집합금지명령을 무기한 내려놓고서도 대기업 소유의 놀이공원에는 온건한 자세를 취해 왔다. 

롯데월드는 코로나19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늦게 방역을 강화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롯데월드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시설 내 안전 기준을 높인 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4월에 들어서다. 코로나19로 재차 연기되던 학교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방문객 유치를 위한 각종 행사를 준비하다 뭇매를 맞고서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두 달 만에 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가장 먼저 롯데월드를 점검했다. 200여개 점포를 정리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맞기 위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신 회장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알린 롯데월드가 코로나19 확산지가 될 경우에 미칠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롯데월드는 전체 방역을 위해 7~8일 이틀간 영업을 중단하고 9일부터 다시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우려를 덜어줄 추가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놀이기구와 시설 내 방역은 지금까지 해 오던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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