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통합당 소속 원 지사는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 용병’에 비유하며 ‘진보의 아류는 필패’라는 취지의 공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통합당 소속 원 지사는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 용병’에 비유하며 ‘진보의 아류는 필패’라는 취지의 공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출범한 후 보수 색채를 희석시키는 좌클릭 행보 보이자 당내 중량급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 용병’에 비유하며 ‘진보의 아류는 필패’라는 취지의 공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원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개최한 제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나름대로 느낀 첫 번째 결론은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앞서 김 위원장이 당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보수’, ‘자유우파’라는 단어를 더는 강조하지 말자고 주문한 것을 사실상 정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지사는 요새 불면에 시달린다며 급기야 초현실 영화의 한 장면에 강제로 끌려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에게 4연속 참패를 당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리고, 외부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며 “현실인지 초현실인지 뒷머리를 둔탁한 걸로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란 더불어민주당을 의미하고, ‘히딩크 감독’은 김 위원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에게 지난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4·15 총선까지 대패하면서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15 총선 직후 통합당 지도부는 내부 자정을 기대하기보다 과거 여야를 넘나들며 당을 수습해온 전력이 있는 김 위원장에게 지휘봉을 넘겨 내년 4월까지 당의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탈이념 행보에 바짝 시동을 걸었다. 통합당이 보수정당을 표방함에도 김 위원장은 “배고플 때 빵 사 먹을 자유”를 거론하면서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던 기본소득 의제를 공론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의원들은 “정체성이 흔들린다”며 반발하는 형국이다.

이날 원 지사의 발언은 김 위원장의 지난 행보를 조목조목 겨냥한 셈이다. 원 지사는 “우리가 2년 뒤 (대선에서) 또 지면 대한민국과 우리 자녀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이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리는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닌 우리에 의한 승리여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담대한 역사적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유니폼을 입고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보수 정치와 보수 정치인이 실패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특강 주최자이자 미래혁신포럼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 등 약 2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현재 무소속 신분이지만 복당이 기정사실인 홍준표 의원도 모습을 비췄다.

특히 장제원·홍준표 의원도 김종인 체제에 극히 부정적이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연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비수를 날리고 있다. 보수 꼬리표를 떼려는 김 위원장과, 보수를 보존하려는 의원들의 신경전이 달아오르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신원식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 지사의 비판에 대해 “그 사람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느냐”며 무대응했다.

통합당 내 김 위원장을 둘러싼 반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호적 시각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고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졌다”며 “주된 원인은 민주당은 과거사 재탕하는 후진 세력, 통합당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미래세력 이미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우리 체제를 뒤엎자는 게 아니라 일부 요소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라며 “사회주의자 등소평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자며 흑묘백묘 이야기했는데 한국 보수가 중국 사회주의자보다 경직돼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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