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와 접견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배정을 다시 한번 희망했다.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와 접견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배정을 다시 한번 희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배정을 다시 한번 희망했다. 최 대표는 ‘검찰개혁’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법사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래통합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탐탁치 않아 하는 기류 탓에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 대표는 9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일을 하려면 제일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며 “전문성을 헤아려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차례 법사위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재차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 대표는 법사위 진출의 이유로 ‘검찰개혁’을 들었다. 최 대표는 지난 5일 광주에서 열린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출범식에서도 “선거 기간 획책한 채널A와 유착 사태를 보면 검찰 개혁을 방치할 수 없다”며 “국회는 가장 첫 번째로 공수처를 7월 안에 출범시키는 데 먼저 매진하고 수사권 조정을 위해 필요한 부수 법안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강경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법사위 진출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최 대표의 법사위 배정에 가장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곳은 통합당이다. 통합당은 현재 피고인 최 대표가 법사위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더욱이 통합당은 지난 2일 최 대표가 공판 중 ‘국회에서 기자회견이 있다’며 자리를 뜨려 한 것을 두고서 “발언을 넘어 행동으로 사법주의 무시를 몸소 시전한 것”이라며 “법사위에 가서는 안 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도 최 대표의 법사위 배정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최 대표의 상황이 부담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내에 법사위원 후보군이 충분하다는 점도 민주당의 입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용민 의원을 비롯해 이수진‧최기상 의원 등 법조계 이력이 있는 이들이 법사위원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최 대표에게 법사위원 자리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 대표가 박 의장에게 법사위에 대한 강력한 뜻을 내비친 데는 원칙적으로 비교섭단체의 상임위 배분은 국회의장의 권한이라는 점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비교섭단체 의원에 대한 상임위 배분은 국회의장 권한이기 때문에 당이 이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장이 여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민주당 기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상임위 구성에 있어서 여야 교섭단체가 협의를 거친다는 점에서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입심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열린민주당이 범여권이자 ‘검찰개혁’의 뜻을 공감한다는 점에서 함께 가야 한다는 분위기와 함께 반대 의견도 공존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 대표 법사위 배정에 대해) 찬성한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것은 개인의 의견이고 당 입장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이날 최 대표의 요구에 “상임위 배분은 여야 1‧2당이 논의할 텐데 제가 배정할 수 있는 것에서는 감안 하겠다”며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라 원만히 돌아갈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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