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동아대 교수(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의하고 있다. /뉴시스
박형준 동아대 교수(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전체 103석 중 58석으로 과반(56.3%)을 차지하고 있는 초선의원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자체 공부모임을 만들어 관록 있는 정치인들을 초청해 정례적으로 특강을 듣거나, 당내외 현안을 논의하면서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등 당내 영향력을 서서히 확장하는 모습이다.

10일 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는 지난 4·15 총선에서 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연사로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이날 모임에는 허은아·지성호·윤희숙 의원 등 20여 명의 초선이 참석했다. 모임명인 ‘보수다’는 ‘보자 수요일에 다같이’의 약칭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정례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언론·학계 관계자 약 20명과 비공개 모임을 가지면서 모임의 틀을 다졌다.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개 모임으로 전환, 지난 3일 첫 강사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에 이어 이날 강사로 나선 박 교수는 총선에서 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한 이유와 21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에 맞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강의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불을 붙인 기본소득 의제에 대해서도 "통합당 입장에서 해볼 만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초선들을 향해 "(통합당은) 위선적 정치를 단호히 비판하면서 미래지향적 이슈와 탁월함을 주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원내에 계신 여러분들이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기존의 이름 있는 분(정치인)들 말고, 초선에서 스타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정당문화가 권위주의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초선은 눈에 안 띄는 게 좋다고 하는데 4년 동안 최대한 열심히 해서 스타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초선들은 지난주 수요일(3일)에는 김 위원장을 강사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며 "실질적 자유를 당이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의했다.

이미 강의를 진행한 김 위원장과 박 교수 외에도 5선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 등이 초선들을 위한 강의에 나설 예정이다.

통합당 내에는 ‘보수다’ 외 ‘초심만리’라는 초선 모임도 있다.

박수영·전주혜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구자근·윤희숙·김영식·황보승희·서범수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정례 모임을 통해 초선들의 총의를 모아 당이 직면한 굵직한 현안에 대해 조직적 목소리를 아낌없이 내겠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자체 토론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초심만리 중심으로 정치개혁 과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며 "의원총회를 할 때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자, 중진들이 이야기하는 것 가만히 듣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소통하자, 공통 의견을 모아 한 사람이 이야기하자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초심만리는 박 의원의 발제로 통합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이사장이 원장을 임명하는 운영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분석했다.

1년도 안 되는 원장 임기로 인해 지속적 연구가 어렵고, 당 대표가 이사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관련, 여야가 끝장 대립 중인 법제사법위원장직 쟁탈전에 대해 박 의원은 "끝까지 협상해야 하지만 국민 시각에서 보면 법사위나 상임위를 놓고 왜 싸우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초선 전부 의견은 아니지만 저는 빨리 들어가서 법령으로, 법률안으로 싸우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초심만리는 매주 한 의원이 하나의 발제를 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황보승희 의원이 다음주 발제자로 예정됐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초선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대체적으로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초선의원들이 열정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 정치인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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