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좌)이 ‘당 대표 출마·대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낙연 의원(우)의 최대 약점인 ‘7개월짜리 당대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좌)이 ‘당 대표 출마·대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낙연 의원(우)의 최대 약점인 ‘7개월짜리 당대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대권 포기’ 승부수를 던지면서 이낙연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10일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을 만나 당 대표에 선출될 경우 대권 도전은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김 전 의원과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이) ‘당선이 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전날 또다른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을 만나서도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우 의원이 “대선 전초전으로 당이 과열되면서 당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선주자의 전대 불출마 당위성을 강조하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서도 “나는 당 대표가 되면 당연히 2년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며 “그게 책임 있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승부수는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다. 민주당 당헌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사퇴해야만 한다.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7개월 가량만 당 대표를 하고 중도에 사퇴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의 ‘당 대표 임기 2년 완수‧대선 불출마’ 카드가 당내 호응을 얻을 경우 이낙연 의원의 최대 약점인 ‘7개월짜리 당대표’ 회의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김 전 의원의 승부수와 함께 홍영표‧우원식 의원도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을 띄우며 ‘이낙연 견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의 정례회의에서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이 표출된 것도 ‘이낙연 회의론’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 '대선주자 당권도전 불가론'은 아직 미풍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 대표 선거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7개월짜리 당 대표를 뽑겠나. 아니면 2년짜리 당 대표를 뽑겠나’라고 묻게 되면 당권 경쟁 판세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부겸 변수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의원이 7개월짜리 당 대표가 되려는 것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는 있지만 세게 공론화는 아직 안되고 있다”며 “더미래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선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도 더미래 소속 우원식 의원을 지지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면서 공론화가 접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낙연 의원은 현재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대한 우려와 상관 없이 전대 출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6월말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곧 국회 인근에 전대 출마를 준비할 캠프 사무실도 꾸릴 예정이다.

그러나 추후 자신의 전대 출마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확산될 경우 끝까지 ‘당권 도전’ 의사를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당권 도전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고 해도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 의원은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부겸 전 의원이 당 대표 2년 완주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보도 이외의 것은 제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 의원 측 핵심 인사는 최근 더미래 의원들과 만나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특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이낙연 전 총리의 충정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전대 불출마론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이개호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말씀드려야죠”라며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당사자가 당권에서 배제돼서 제쳐놓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 당을 운영하고, 뒤에서 뒷받침하고 응원이나 하는 정도로 하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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