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당은 10일 국회에서 ‘온국민공부방’을 열고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첫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정당으로 면모를 갖추고 정책 주도권 쥐기 위해서다.

이날 첫 강사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태와 관련해 여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동시에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여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야당’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국민의당의 여권 견제 분위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강연을 맡은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및 윤 의원과 관련해 여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민주당의 주류가 된 586세대가 아직도 학생운동 시절의 습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과거에도 정치인 비리는 있었고 권력이 있는 곳은 비리가 있었다”며 “이번 사건의 충격은 다른 데 있다. 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비리가 나오면 사과하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자기들은 잘못된 게 없고 기준이 잘못됐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식의 이면에는 정치를 선과 악의 이분법 구조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아닌 상대를 공격하는 것으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속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운동권의 대결 구도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 전 교수는 “이 정의가 세워지려면 자신들이 이겨야 하는 것”이라며 “그걸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은 무조건 정복해야 하고 아군은 무조건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검찰개혁 역시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들은) 현재의 법과 도덕 등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자신들을 기소하면 검찰이 특수 이익을 위해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같으면 검찰이 정권 앞잡이가 됐다고 할 텐데 그걸 못하게 됐으니 기껏 생각한 게 조직 이기주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궁극적으로 지배층이 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이미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등극해 특권적 지위를 2세에게 세습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민중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싸운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있다”고 규정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의 관심은 단연 국민의당의 방향성이었다. 당원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여권의 행태가 뒤처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기득권이 된 여권이 해결하지 못 하는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도 권력을 잡으면 개혁을 말하지 않는다”며 “이미 기득권을 잡았기 때문에 저 상태서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새로운 기회를 잡아 그들을 후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야권 경쟁을 통해 야권의 중심이 되겠다는 각오를 꾸준히 내비쳐왔다. 하지만 소수정당일 뿐 아니라 거대 야당의 틈바구니에서 국민의당의 방향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를 통해 국민의당은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그간 21대 국회 첫 임시회 소집요구서에 불참했고,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등 여권을 견제하는 모습을 유지해 왔다. 민주당의 ‘역사 바로잡기’ 등에서 노골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 인사들과의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세미나에서는 △그린뉴딜 △비동의간음죄 △기본소득 등 현재 정치권의 현안은 물론, △미·중갈등 △야권의 창조적 혁신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수용자적 입장이 아닌 적극적 실천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작지만 강한 야당의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안 대표는 이날 “우리의 생각을 갖고 바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의 책무”라며 “이것이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학습정당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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