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들, NFT 거래 및 자체토큰 거래 활발
게임업계 “조심스러워”… 국내 상황 예의주시할 듯

해외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속속 출시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출시를 목전에 놓고도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해 미지근한 국내 상황 탓에 눈치만 보며 적극적인 사업 전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속속 출시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출시를 목전에 놓고도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해 미지근한 국내 상황 탓에 눈치만 보며 적극적인 사업 전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암호화폐를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해가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과 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법 및 규제 망이 명확하지 않아 적극적인 사업 전개에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블록체인’은 누구든 열람이 가능한 장부에 거래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하고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암호화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최근 국내외 IT 기업들은 이를 게임에 접목하며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게임 내에서는 물리 세계의 소유권 개념을 디지털 가상공간에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 NFT)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 2017년 기준 가장 많이 사용된 이더리움의 ERC 표준은 ‘ERC-20’과 ‘ERC-721’이다. 

현재 해외 게임시장에는 굵직한 블록체인 게임들이 다수 출시돼있다.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역할수행게임(RPG), 1인칭 슈팅(FPS) 게임 등 무게감이 있는 게임보다 다소 가벼운 장르의 게임들에 접목됐다.

이뮤터블이 개발한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갓즈언체인드’는 자체 토큰 ‘라플(Raflle)’을 발행하고 장외거래를 통해 이용자들의 활발한 거래를 이끌어내고 있다. TCG 장르인 만큼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카드도 라플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지난해 출시된 갓즈언체인드는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블록체인 게임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과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출시된 액시엄젠의 PC온라인 게임 ‘크립토키티’도 출시 한 달만에 1,916만 달러(한화 약 2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크립토키티는 NFT 거래를 통해 고양이를 구매하고 육성‧수집시키는 게임이다. 게임 내 암호화폐에 고양이의 유전물질을 저장하고 고유한 성질을 부여해 고양이의 온전한 가치와 소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이더리움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 버전의 마인크래프트 게임인 플레이댑의 ‘더샌드박스’는 게임 내 자체 NFT를 구현해 이용자들에게 아이템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부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샌드박스의 NFT는 △샌드(SAND) △랜드(LAND) △에셋(ASSET) △젬(GEM) △게임(GAME) 등 5가지가 있다.

샌드는 이용자들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주요 통화이며 랜드는 디지털 부동산 단위로 이용자들이 랜드에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배치할 수 있다.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VC) 기업 해시드가 투자한 게임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해외 시장에서의 발빠른 움직임에 국내 게임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위메이드트리는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바일 게임 출시를 예고했다.

위메이드트리가 직접 개발한 RPG ‘크립토네이도 포 위믹스’를 시작으로 △전기 H5 포 위믹스 △윈드러너 포 위믹스 △캔디팡 포 위믹스 △에브리타운 포 위믹스 △두근두근 레스토랑 포 위믹스 △터치파이터 포 위믹스 △전기 모바일 포 위믹스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엠게임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블록체인 게임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속 진행중인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귀혼 포 클레이튼’, ‘프린세스메이커 포 클레이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이오스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이오스 로얄’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플레이댑은 오는 17일 모바일 블록체인 게임 ‘신과 함께:여명의 기사단’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과 함께:여명의 기사단은 과거 컴투스를 통해 서비스 된 ‘라이트:빛의 원정대’ 리마스터 버전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장착한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오픈 이후에는 최고 등급 룬을 NFT로 변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이 올해 블록체인 게임들을 출시한다고 해도 당분간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규제 및 법망이 구축돼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게임사 노드브릭의 ‘인피니티스타’가 등급분류 거부 결정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됐다. 인피니티스타 심의 당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게임위는 노드브릭에 등급분류 거부 결정을 통보했고 블록체인 게임물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당 논란이 발생한 지 6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기준 부재 기간이 길어지고 신기술을 활용한 게임산업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NFT 거래, 거래소 운영 등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과 어긋나지 않도록 협의하고 등급분류기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의 발표에도 게임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고 명확한 규제와 법망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자칫하다 불법 게임물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금융당국이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보다는 암호화폐에 대한 운영 체계가 잡혀있는 해외 시장 등에서 우선 서비스하고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블록체인의 활성화를 위한 완벽한 콘텐츠이자 대중화를 이끌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며 “다만 아직은 시장이 매우 작아 국내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게임으로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산업을 활성화 시킨다는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