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에 SOS, “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 방해 막아달라”
서울시 “절차에 문제없다… 서울시민 80%도 공원화 찬성”

대한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유휴자산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코로나19 사태에 자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말 한 마디에 예비입찰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일대./ 서울시청
대한항공은 현재 보유중인 유휴자산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코로나19 사태에 자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말 한마디에 예비입찰자가 단 1곳도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은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일대./ 서울시청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난 10일 진행된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이 결국 유찰됐다. 이날 예비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으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을 지목했다. 앞서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유휴자산으로 꼽히는 ‘송현동 부지’에 대해 공원화 계획을 밝히고 강경한 태도를 내비친 게 영향을 준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에 대해 일방적으로 문화공원 지정 및 강제수용 의사를 발표하자 그간 송현동 부지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설명서를 받아갔던 15개 업체들의 관심은 싸늘히 식었다. 이는 1차 예비입찰 마감시한인 지난 10일까지 단 한 곳도 입찰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 이 중 5∼6개 업체는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 단 한 곳의 업체도 참여하지 않게 되자 유휴자산 매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가려 했던 대한항공은 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서울시의 한마디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물론 입찰의향서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여기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오는 8월까지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라 이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하기도 했다.

/ 뉴시스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뉴시스

서울시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로 송현동 부지 매각은 안갯속에 빠졌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 반대로 서울시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 5월 28일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는 보도에 이어 해당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761억원을 책정, 이를 분할 지급하겠다는 후속 보도에 대해 서울시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민간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적재산권의 침해”라며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입찰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12일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절차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고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진은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본사 전경.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송현동 부지 공원화 발표는 부당하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권익위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은 권익위 측에 △피신청인(서울특별시장)은 신청인(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의 진행을 중단한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위 기재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한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를 중단한다 등의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결정을 요청했다.

이러한 신청을 하게 된 원인으로는 매수의향자들의 입찰 불참에 대해 설명했다. 또 도시계획시설결정 시도의 위법성을 꼬집었다.

대한항공 측은 (특정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개별적)필요성’ 및 ‘공공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기 미집행 중인 공원 및 송현동 부지 인근에 소재한 무수한 공원이 있다는 점,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은 대한항공의 기존 활용 방안과 유사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필요성’ 및 ‘공공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피신청인의 매각 방해 시도의 위법성 및 인수여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현재 매수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미집행 공원 수용을 위해 올해에만 1조9,964억원, 2021년 이후에는 14조9,633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토지보상법상 일괄보상이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서울시의 분할 지급 계획은 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 및 지급시기(2022년)도 적절한 매각가격과 매각금액 조기확보라는 대한항공의 입장을 감안할 때 충분치 못하다”며 “게다가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공사 착수 시기 등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의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이 유찰된 것에 대해 ‘해당 부지 공원화 계획 발표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시민의 80%가 해당 부지 공원화에 찬성했다는 근거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말하는 ‘서울시민 80% 송현동 부지 공원화 찬성’은 서울시의 여론조사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설문조사 결과를 말한다. 조사방식은 시민들의 휴대폰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대상은 서울시민 3,000여명이다. 

해당 여론조사에 대해 한 통계학과 교수는 ARS 설문에 대한 맹점을 지적했다.

박철용 계명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표본을 추출할 때 조사대상은 1,000명 수준이 되더라도 상관없지만 ARS 설문을 통해 진행하게 되면 개인의 의견이 강한 사람들만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조사된 결과는 한쪽에 치우친 의견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객관적인 조사를 할 때 ARS 설문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면서 “ARS 설문 조사방법은 970만명이라는 서울시민들 중 무작위로 뽑아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2조원 규모의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적기에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운 경우 캠코와 민간이 공통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한 뒤 제3자에게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일 경우 우선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캠코는 이번달 내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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