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산회 후 본회의장에 나서고 있다. 박 의장은 상임위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15일에 다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산회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박병석 의장은 상임위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15일에 다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여야가 12일 제21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에 실패했다.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3일 뒤인 15일을 최종시한으로 제시했다. 여야가 주말 내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적 위기가 심각하고 민생이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의장 주재 하에 양당 대표가 만나 협상해왔다.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있었고 타결을 기대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스럽다”며 “의장으로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드리겠다”고 했다.

따라서 여야는 오는 15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게 됐다. 박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들은 이제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며 “의장으로서 모든 결정 주체는 국민과 국익이라는 것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 통합당 “합의 실종 참담” vs 민주당 “발목잡기 개탄”

박 의장의 발언 전, 미래통합당 김성원·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각각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날 원 구성 합의가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상대 당에 돌렸다. 통합당의 경우 의사진행발언을 위해 본회의에 출석한 김 원내수석 외 전원 보이콧했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여전히 여야 합의없는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제 심정이 참담하고 착잡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여야 협치를 말하고 있는데 거대여당인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야당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1야당 의견을 무시하고 국회를 독단으로 운영하면 국회가 국론분열장이 되는 것은 물론 협치의 배도 가라앉게 된다”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저주받게 돼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18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던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이 민주당에게 법사위를 넘긴 일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법사위와 배분비율상 (상임위원장) 1석을 민주당에 더 양보했다”며 “야당과 협치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의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상임위원장 여야 합의의 오랜 전통이 민주당이 야당일 때와 달라졌다”며 “(이번에도) 똑같이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발목잡기”라고 맞불을 놨다.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김영진 원내수석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의를 거부하는 반시대적 구태”라며 “20대 국회와 달라진 게 없는 통합당의 국회 발목잡기 행태에 대단히 실망, 개탄스럽다”고 맹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의석 비율에 맞춘 상임위 배분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 통합당은 예결위를 포함한 7개 상임위로 나눈 것이 골자다. 그러나 통합당은 법사위를 여당에 넘길 수 없다며 의원총회에서 해당 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영진 원내수석은 “민주당은 야당과 지지부진한 협상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당은 가합의안을 거부한 오늘 결정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 치 양보 없는 여야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3일 말미를 얻었지만 막판 합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법사위를 끝내 고수할 경우 15일 본회의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도 더 이상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며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결렬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하는 것은 부담이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에 제시한대로 법사위를 비롯한 11개 상임위를 얻는 것으로 만족할 요량이다. 통합당은 법사위를 얻어내지 못할 바에야 민주당에 차라리 18개 상임위를 다 내주고 끝장을 보자는 태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주는 것은 17대 국회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시절 자신들이 만든 관례”라며 “민주당이 이제와서 현 정부를 견제하려는, 유신 때 생각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통합당에) 법사위 말고 다른 것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통합당이 법사위를 내주고 다른 걸 가져가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며 여야 합의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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