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낙연(우) 의원, 김부겸(좌) 전 의원 등 대선주자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낙연(우) 의원, 김부겸(좌) 전 의원 등 대선주자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8·29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당권·대권 분리란 무엇이며 이런 개념은 언제부터 정치권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 제왕적 총재가 분리론 시발

당권(대표)과 대권(대통령) 분리는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가 끝나면서 당에 ‘제왕적 총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처음 등장했다. 3김이 정치를 하던 시절에는 총재가 당을 이끌면서 대선도 함께 이끌거나, 대통령이 당 총재를 맡아 지휘하곤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위적 보스정치’를 타파하자는 의미로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01년 민주당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기 위한 ‘2단계 전당대회’를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김덕룡·손학규 등 당시 비주류 중진들이 이회창 당시 총재를 ‘제왕적 총재’라고 비판하며 당권을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당권·대권 분리론이 나온 것은 대통령이 당 총재를 맡던 시기와 달리, 당청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에만 당권을 내려놓는 식의 제한적 분리였고, 규정도 명문화되지 않았다. 

2005년 열린우리당 4·2 전당대회에 출마한 유시민 당시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 주장은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이다. 대통령 선거는 피선거권자라면 국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당 한명숙 의원은 “전당대회가 대선 대리전이 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해당 규정이 당헌에 채택된 것은 2010년 10·3 전당대회부터다. 당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대선의 전초전인 2012년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당 대표가 총선 공천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당권·대권 분리를 반대한 것이다. 

반면 또 다른 당권 후보인 정세균 당시 의원은 “총선 공천권을 손에 쥐고 의원들을 줄 세워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분리를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대선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찬성 의견이 앞서 당권·대권 분리가 이뤄졌다.

이같은 ‘명문화’에도 불구하고 당권·대권 분리론은 전당대회 직전의 단골 이슈로 떠올랐다.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친박(박근혜)계는 대통령 선거 출마자의 대선 1년 6개월 전 사퇴를 주장했고, 친이(이명박)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선 대선주자급의 실세들이 당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2014년 새누리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당시 의원이 “대권에 생각 있는 사람은 당권에 도전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그해 여름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김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당권·대권 분리론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당권·대권 분리론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지원 의원이 당권·대권 분리에 힘을 실으며 대권 후보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해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당권·대권 분리론은) 우리 정당정치와는 맞지 않은 주장”이라며 “다음 대선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당권에 나서지 않으면 정치인이 무슨 수로, 어떻게 커나가겠느냐”고 반박했다.

◇ 20년 후인 현재도 당권·대권 분리 논쟁

2020년으로 돌아와서, 각 정당은 현재 당권·대권 분리를 하나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당청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내에는 다시 한 번 당권·대권 분리론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이 의원이 ‘문재인 모델’인 ‘선(先) 당권, 후(後) 대권’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과,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의원도 취약한 당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당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될 경우, 민주당 당헌 4장에 명시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 부분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하여야 하고, 최고위원이 시․도지사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도지사 선거일 전 6개월까지 사퇴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2021년 2월에 사퇴를 해야 한다.

게다가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지 않으면 특정 후보에 대한 당내 줄 세우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자신을 위한 대선 경선룰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1년 전에 총선 경선룰을 만든 바 있다. 

이에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겠다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권 도전 뜻을 밝힌 우원식 의원도 “전당대회가 대권 경쟁 전초전이 되는 건 유감”이라고 했고, 홍영표 의원은 “대권 주자가 당 대표 경선에 나가는 건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초 민주당 전당대회는 ‘조용한 전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타 당권주자들이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며 ‘이낙연 견제’ 태세를 취하면서 전당대회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계속된 견제구에도 예정대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당을 이끄는 리더십을 통해 당권과 국민의 검증을 받고, 유력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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