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연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의 모습. /뉴시스
지난 1일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연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를 강조하며 그룹 내 물류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연이은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 노조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거짓 정보가 담긴 문자까지 고객에게 발송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 택배업계 해묵은 노사갈등 다시 소환한 롯데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 중인 롯데택배는 최근 울산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롯데택배를 향해 거세게 반발하며 무기한 농성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다. 이들은 수수료 인상, 대리점 기획·위장폐업과 그에 따른 택배기사 대량 해고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노조탄압으로 귀결되며, 롯대택배 본사 역시 개입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 지역 롯데택배에서는 2곳의 대리점 폐점이 발생했다. 서울주대리점은 돌연 남울주대리점과 통폐합됐고, 신정대리점은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역시 폐점 수순을 밟게 됐다. 신울주대리점은 지난달 일부 택배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해 지회 창립총회를 연 곳이고, 소속 택배기사 모두 노조에 가입해있는 신정대리점은 평소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들의 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대리점 폐점의 배경에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와 이를 위한 노조탄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는 노조를 제거하기 위해 대리점을 기획·위장폐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또한 공개했으며, 대리점주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노조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물론, 서울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까지 벌이며 롯데택배를 강도 높게 규탄하는 중이다.

반면, 롯데택배 측은 노조 측 주장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노조가 제기하는 수수료 문제에 대한 시각이 애초에 다른데다, 대리점 폐점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택배에서 불거진 이 같은 노사갈등은 국내 택배업계의 해묵은 논란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본사→지점→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계약관계와 지역 여건에 따른 지원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기업인 본사의 ‘책임회피’가 용이하다는데 있다.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요 택배기업 본사는 대리점과 택배기사 사이의 문제라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롯데택배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노조는 본사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함에도 방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애초에 상당 부분 개입돼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대립이 첨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대리점 폐점된 지역에 “코로나 때문” 거짓 안내

울산에서 불거진 롯데택배의 노사갈등의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짓 정보가 담긴 안내문자로 특정 지역주민들 또한 엉뚱한 피해를 입었다. 분개한 주민들은 15일 기자회견까지 예고한 상태다.

문제의 안내문자는 대리점 폐점이 발생한 직후인 이달 초 발송됐다. 신정대리점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수령 지역이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택배접수 불가지역으로 확인됐다”며 발송이 불가능하다는 문자가 발송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동향이 없었다.

롯데택배 측은 “시스템 오류로 잘못 발송된 문자메시지였다”며 “문제를 확인하고 즉각 정정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리 작성돼있던 안내문자 양식이 잘못 발송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불쾌함과 공포감을 안겨준 안내문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택배 측은 “기자회견 내용을 확인한 뒤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거듭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전략 수립을 강조하며 주목하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요 계열사들과 물류계열사의 시너지 강화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존재감 또한 확대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지만, 최근 일련의 논란 속에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노사갈등을 드러내며 고객에게 거짓 정보로 불쾌함 및 공포감을 안겨준 것은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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