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았으나 남북관계는 다시금 군사적 긴장 상태에 처해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았으나 남북관계는 다시금 군사적 긴장 상태에 처해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남북 정상이 최초로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방향을 제시한 6·15 남북공동선언이 15일 20주년을 맞았으나,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감마저 고조되는 상황이다.

◇ 20년간 우여곡절 겪어온 남북관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20년간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것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8년 7월 7일 남북 체제 경쟁 종식과 대북 포용 정책 추진을 선포한 노태우 대통령의 7·7 선언을 이어받아 남북 정상이 화해와 협력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7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10·4 선언으로 이어지며 남북평화 체제가 공고하게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보수진영으로 정권교체 이후 남북관계는 싸늘해졌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자 북한은 금강산 부동산 동결과 몰수로 대응했고, 북한의 도발과 5·24조치, 2016년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졌다.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던 남북관계가 풀린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대화를 재개하게 됐고, 연이은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막상 비핵화 협상에 임하자 북미대화는 난항을 거듭했고, 2019년 2월 말 하노이 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이후 북미·남북관계 진전의 동력도 상실됐다.

현재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거와 북한군의 무력시위를 시사한 상태다. 특히 대남 사업 방향을 ‘대적 사업’, 적대시 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북정상회담의 중심인물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이 같은 선언의 중심에 섰다는 점도 우리 정부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에도 북한 관영매체들은 6·15 선언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이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노동신문은 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며, 북한군이 “격앙될 대로 격앙된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거듭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축사에서 “남북관계가 방향을 잃으려 하는 지금 6·15 정신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긴장이 고조된 남북관계를 반영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의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현재의 남북관계가 해결되려면 북미대화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 북미대화 진전이 열쇠

앞서 북한이 ‘대적행동은 군에게 넘길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실제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할지, 무력 도발이 얼마나 이뤄질지가 가장 우려되는 사안이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사실상 종전 선언’을 이끌어낸 것과 대비해보면, 한반도에 다시금 군사적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도 지금 현재는 차분하게 잘 대응하지만 할 일이 없다”며 “그래서 저는 굉장히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방역협력도 안 되고 있던 상황에서 남북 연락망은 모두 차단됐고, 미국과 협의를 위해 서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탈북인 커뮤니티의 ‘1달러 지폐에 코로나 환자의 비말을 묻혀 북한으로 날려 보내면 북한은 붕괴될 것’이라는 글로 인해 북한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노이 노딜, 남한의 약속 미이행 등으로 쌓여있던 불만이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북한의 ‘마이웨이’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보인다. 중국과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북한과 중국 간 화물차가 오가더라도 격리수용을 거치는 등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인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으리라고 본다”며 “마침 이 (대북전단)풍선을 보고 정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서 규탄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긴장 관계를 우리 정부 혼자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북관계, 특히 남북경제협력은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북미 협상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 북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북미협상의 주인공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재선을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경제위기·인종차별 문제 등으로 인해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박 교수는 “하노이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하노이 이전으로 돌아가서 영변(핵시설)을 폐기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며 경제지원을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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