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난 2017년 5월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인계동의 한 공원에서 인계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뉴시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난 2017년 5월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인계동의 한 공원에서 인계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불변의 공식과 같은 얘기가 있다. 바로 ‘호남 필패론’이다. 이는 ‘호남 대선주자는 반드시 필패한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호남 대망론’도 생겨났다.

‘호남 필패론’은 지역구도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 영남 유권자가 호남보다 두 배 이상 많기 때문에 호남 출신 대선후보는 대선에 출마해도 승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1대 총선 기준으로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을 합한 영남 지역 유권자는 약 1,300만 명이고, 광주‧전남‧전북을 포함한 호남 지역 유권자는 512만 명이다. 영남이 호남보다 2.5배나 수적 우위에 있다.

‘87년 체제’ 이후 선출된 7명의 대통령 가운데 호남 출신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호남 후보라는 한계가 지적되던 김 전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충청 맹주인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손잡고 DJP연합을 이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영남 후보를 내세워 대선 승리를 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PK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당선됐다.

◇ 호남주자들, ‘PK 공략’으로 외연 확장 시도

그러나 현재 여권에서 영남 출신 가운데 경쟁력을 가진 유력한 대권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남 창녕군 출신이지만 이들은 사실상 수도권에 정치적 기반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PK 출신이지만 두 사람 모두 현재까지는 대선과 멀어진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은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 지사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호남 주자로는 전남 영광군 출신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독주하고 있고, 정세균 총리(전북 진안군)와 임종석 대통령 전 비서실장(전남 장흥군)도 잠룡으로 꼽힌다.

호남지역 대선주자들은 영남 지역, 특히 강성 보수 성향이 TK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PK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한 식당에서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 주선으로 21대 총선 부산 지역 낙선자들과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 연제구에서 낙선한 민주당 내 ‘소신파’ 김해영 최고위원을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보는 모두 대선을 위한 PK 지역 기반 다지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임종석 전 실장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민주당 지도부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호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  “호남 필패론 ‘3김 시대’ 산물”

그렇다면 차기 대선에서도 ‘호남 필패론’은 유효할까.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를 근거로 ‘호남 필패론’이 낡은 프레임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제는 지역구도에 근간을 두고 있는 ‘호남 필패론’보다는 후보의 경쟁력과 비전에 따라 대선후보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은 16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호남 후보 필패론은 과거 3김 시대의 산물이고 낡은 프레임이다”며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 후보들이 영남에서 19대‧20대 총선과 비교해 득표율이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호남 후보 필패론이라는 것은 호남 인구가 적기 때문에 진다는 논리인데 지금은 그런 지역주의 정치보다는 진보 성향의 가치, 실용주의적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이 강화됐다”며 “어느 출신 후보가 출마했느냐에 따라서 평가 기준이나 투표 성향이 바뀌는 것은 옛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이젠 대선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대선후보가 자신이 집권했을 때 어떤 비전으로 국가를 이끌고 갈 것인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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