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과 6·15선언 20주년 행사 영상 메시지를 빌미삼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일거에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북남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조선당국자가 드디어 침묵을 깼다”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고 자기 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엄중한 현 사태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과 그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본말은 간데 없고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를 범벅해 놓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일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판문점선언 2조 1항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할 것에 대하여 명기돼 있다고 지적하며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두번도 아니고 제 집에서 벌어지는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못 본체 방치해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남조선당국의 책임이라는 것이 명명백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조선당국이 이행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한 조항이라도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김 제1부부장은 북미 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의 ‘친미 사대주의’와 남북합의가 아닌 ‘한미동맹’ 우선주의 때문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 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남합의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이 남조선을 지속적인 굴종과 파렴치한 배신의 길로 이끌었다”며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남조선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되었다. 앞으로 남조선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라며 “신의를 배신한 것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를 남조선당국자들은 흐르는 시간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밤에도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무력도발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제1부부장은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건물 폭파 예고 사흘 만인 지난 16일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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