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가 지난 3월부터 패티, 번 등 햄버거의 재료와 조리과정을 개선한 '베스트 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 시사위크DB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3월부터 패티, 번 등 햄버거의 재료와 조리과정을 개선한 '베스트 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 시사위크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 맥도날드가 환골탈태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 실추를 불러온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과 잦은 이물질 검출을 뒤로하고 ‘햄버거의 대명사’ 본연의 지위를 서서히 찾아가는 모습이다. ‘예전의 맛이 아니다’는 혹평을 씻기 위해 패티와 번 등 대대적인 품질 개선 작업에 착수하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맛은 옳다’는 명제를 새삼 곱씹게 하는 순간이다.

◇ 한국맥도날드, 아시아 최초 ‘베스트 버거’ 내놓은 배경은

올해 초 앤토니 마티네즈 신임 대표가 새롭게 부임한 한국 맥도날드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17일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실적 견인을 할 수 있었던 건 품질 개선 프로젝트인 ‘베스트 버거’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베스트 버거란 식재료와 조리 프로세스, 조리 기구 등 전반적인 과정을 개선해 더 맛있는 메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맥도날드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버거를 주식으로 즐기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이어 지난 3월 한국에 아시아 최초로 도입됐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지난 32년 간 한국맥도날드에 지속적인 애정을 쏟아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한국 고객들의 높은 수준의 입맛에 부합하기 위함”이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베스트 버거로 바뀐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한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패티는 조리 방식을 바꿔 육즙을 살렸는데 빅맥의 경우, 양파를 패티 위에 직접 뿌려 양파의 풍미를 더했다. 이외에도 △치즈 템퍼링(열처리)을 연장해 풍미를 살렸고 △빅맥 소스의 양 50% 증량 △채소 보관 시간 단축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또 내부 직원 교육과 실습, 인력 및 설비 투자 등에도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맥도날드는 패티와 함께 버거의 맛을 좌우하는 번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국맥도날드가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TV광고에서도 모델인 개그맨 양세형은 “번 바뀌었네~”라며 포문을 연다. 한국맥도날드는 “글레이즈 코팅을 통해 수분과 열을 보다 오래 유지하여 더욱 촉촉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있는 번을 제공하기 위해 토스팅 시간을 5초 늘렸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의 “맛있어졌다”는 자부심이 민망하지 않게 들리는 건 성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국맥도날드는 올 초 두 자릿수에 근접한 매출 개선을 이뤄냈다. 이는 곧 지난 2~3년 사이 한국맥도날드에 쏟아졌던 소비자들의 혹평이 주관적인 감상이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맥도날드 스스로 버거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꼴이라는 얘기다.

한국맥도날드가 베스트 버거 도입에 착수했던 2018년은 햄버거병 논란이 한창이던 시점이기도 하다. 해당 사건으로 한국의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베스트 버거 시스템을 도입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헤아려진다. 100여개에 달하는 진출국 가운데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세계에선 네 번째로 한국을 베스트 버거 도입 국가로 선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적인 설명을 뒤로하고 내놓은 “한국 고객들의 높은 수준의 입맛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는 립서비스성 발언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의 생명과도 같은 위생과 맛에서 의구심을 받아온 한국맥도날드는 주요 지점들이 연달아 폐점하며 위기설이 불거졌다”면서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현지 여론에 둔감한 편인데 한국맥도날드가 이를 비교적 빠르게 수렴한 건 고무적이다. 업계는 한국맥도날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항상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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