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화제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독대 장면.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서로 ‘말 폭탄’을 주고 받은 상황에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화제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독대 장면.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원색적인 비난 담화에 청와대가 맞대응을 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강 대 강’ 국면을 타개할 방법으로 거론됐던 ‘대북 특사’ 카드마저 북한이 거부하면서 정상회담으로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청와대 ‘강경모드’ 돌변 이후 잠잠한 북한

최근 연쇄적인 북한의 대남 비난에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대응한 것과 달리, 지난 17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나섰다. 

우리 정부는 최근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풀 방안으로 북측에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심지어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로, 향후 남북관계 뿐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신뢰’에 의문을 갖게 하는 행위였다.

게다가 상대편 국가 원수에 대한 무례한 어조의 ‘모독’으로 점철된 담화를 발표한 것도 청와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8일 오후 현재 북한은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의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언급 이후, 약 2주 간 속전속결로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던 북한이 청와대·국방부·통일부가 강경한 입장을 낸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강경 모드로 변화하면서 북측도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늦은 밤 다시 담화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 남북 정상 간 대화 여지 아직 있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대북제재의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나서는 것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나서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 연장했다. 

행정명령 연장은 2008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매년 수행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 다른 언급 없이 대북제재를 연장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당분간은 한반도 문제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제스처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측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직접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기 30분 전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 제1부부장과 청와대의 ‘말 폭탄’이 오간 현재 청와대는 정상회담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남북 정상 간 외교를 마지막 보루로 꼽고 있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과 지난 17일 오찬을 함께한 박지원 전 의원의 방송 인터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신뢰는 지금도 돈독하다. 남북미 정상 간에는 신뢰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정상 간 대화를 통해 현재의 정국을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북측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상황을 주도했고, 청와대도 대통령이 아니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NSC를 주재하고 있다. 양 정상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남북 정상 간 신뢰가 파탄나지 않은 이상은 두 정상이 전면에 나서서 상황을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상회담을 하려면 실무 단위의 협상이 필요한데, 북측이 거부하고 있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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