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가속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불평등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소외' 계층의 발생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언택트(비대면)’ 중심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정보통신(ICT)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인공지능(AI), 무인화 기술, 로봇의 실생활 도입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하의 ‘디지털 뉴딜’ 정책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통해 AI분야, 5G통신, 빅데이터 등 ‘신(新)ICT’ 기술 확보를 통해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가 최근 정보 취약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새로운 불평등 계급 ‘디지털 소외층’ 발생

‘디지털 불평등’은 사회 계층 간 디지털 기술 능력에 차이가 있어 서비스 이용과 정보 획득에 불평등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컴퓨터와 인터넷 접근 기회에 따라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새로운 불평등 계급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불평등은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도서지역 거주자 등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정보취약계층에게 ‘디지털 소외’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소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최근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로 가정하고 정보취약계층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에 비해 69.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디지털 기기·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91.7%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했으나,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역량과 활용 부문은 각각 60.2%, 68.8% 수준으로 현저히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이 보급은 활성화돼 접근성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이것들을 사용하기 위한 교육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태인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소외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 소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수면 위로 직접 드러난 것은 지난 3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을 때다. 

당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능숙했던 20~30대 젊은 층은 커뮤니티, 온라인 판매사이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방법을 몰라 2시간 동안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 앞에서 줄을 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100% 기준)에 비해 69.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키오스크, 온라인 서비스 이용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100% 기준)에 비해 69.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키오스크, 온라인 서비스 이용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키오스크’ 등 무인화 시스템들도 언택트 시대에 매우 유용한 서비스이지만 동시에 디지털 소외 현상을 심화시키며 고령층의 소비 활동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메뉴 선택과 추가 주문 등의 기능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때문에 식당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콘텐츠학회에 개제된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결제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 논문에서도 키오스크의 사용에서 50~60대의 경우 주문 시작부터 결제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지난 18일 점심시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을 당시, 한 70대 어르신은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난처한 모습이었다. 

어르신은 “오랜만에 패스트푸드 매장에 방문했는데 너무 어려운 기계(키오스크)가 자리잡고 있어서 사용법을 모르겠다”며 “젊은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주문을 하지 못하고 가게를 나설 뻔 했다”고 말했다.

박선미 서울디지털재단 책임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온라인‧비대면 서비스 확산은 신산업 발전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디지털 접근성과 아울러 활용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디지털 포용 사회 도약 위한 정책 마련할 것”

전문가들은 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들에 대한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정책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소외 계층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시행’과 ‘전국적인 디지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과 관련된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역시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포용’ 사회로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데이터·AI 전문기업 더존비즈온의 강촌캠퍼스를 방문해 “지금 우리 사회의 격차보다 훨씬 더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포용적인 디지털경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우리의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도 지난 16일 진행한 디지털 뉴딜 사업설명회에서 ‘전 국민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사업을 통해 ‘디지털 문맹’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해당 사업에는 약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되며 전국 주민센터 등에 1,000개의 디지털 교육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기차표 예매 △모바일금융 등 디지털 활용교육 △디지털 윤리 △데이터 리터러시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들과 합의해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이용환경 개선 △포용적 디지털 기술의 확산 등의 정책과제를 담은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안)’을 마련해 올 상반기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등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애인·고령층을 포함한 전 국민의 디지털 격차 해소와 포용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분야별 전문가 및 관계부처 회의와 정책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마련했다”며 “해당 의견들을 반영해 실효성 있고 완성도 높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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