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제안 정치가 다시금 재현되는 분위기다. /뉴시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제안 정치가 다시금 재현되는 분위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일 야권을 향해 여러 제안을 쏟아내면서 안철수표 ‘제안 정치’가 다시 재현되는 모양새다. 과거 대선 국면에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했던 안 대표가 이번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여당의 윤석열 검찰총장 퇴진 압박과 관련, 야권의 공동 결의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통합당을 향해 “상임위원장 다 던져주고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등원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의 야권을 향한 제안은 이미 여러 차례 이어져 왔다. 지난 18일에는 북한 도발과 관련한 ‘여야 원내 정당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자 이 같이 제안했다. 이에 앞서는 야권 총선 공동 평가도 제안했다.

총선을 전후해서 펼친 색다른 제안도 주목을 받았다. 안 대표는 지난 4‧15 총선 기간 400km 국토 종주에 나서면서 틈틈이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정당들의 선거지원금 반납 제안은 물론 사전투표 기간과 선거일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이후에는 코로나19 가을 재유행 우려를 표하며 ′수능시험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 안철수식 ‘제안 정치’ 속내 

안 대표의 ‘제안 정치’는 과거 2012년 대선 국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안 대표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야권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릴레이 제안 정치를 선보였다. 안 대표의 제안 정치가 돋보였던 순간이다.

대표적으로 안 대표가 광주의 한 강연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다음 날 실제로 이들의 회동이 성사됐다. 지지부진하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 대표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역제안을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안 대표가 돌연 후보 사퇴를 하면서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위기국면에서 안 대표가 선(先)제안을 통해 주도권을 선점하는 모습은 ‘타이밍 정치’와 ‘제안 정치’ 등의 수식어를 뒤따르게 만들었다.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 무색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시 문 대통령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고, 대선 승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지만, 안 대표의 폭발력은 상당했다”며 “현재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3석이지만, 정치적 가능성과 잠재력을 비중으로 보면 30석의 효과는 있다”고 평가했다.

◇ 제안 통해 정치적 존재감 부각

최근 안 대표의 연이은 제안은 당시의 ‘안철수 신드롬’이라고 불리며 대선판을 이끌었던 행보와 겹쳐지는 모습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서 야권을 주도하겠다는 의중이 실린 셈이다. 

안 대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야권의 생산적인 혁신경쟁을 선도하고, 현 정권을 견제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 제안을 던지는 쪽이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특성을 적극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소수정당이 된 국민의당의 수장으로서 당은 물론 향후 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 본인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 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사실상 국민의당이 원외정당과 다름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얘기를 띄우면서 통합당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103석의 통합당이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인데 반해 무소속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가 있어 배짱이 맞는 거래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안철수의 시대는 끝났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제안 정치가 얼마 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현실을 안 대표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