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상 검찰총장에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 장관이 지정한 감찰부가 아닌 대검 인권부로 조사를 재배당했다. 징계시효(5년)가 지나 감찰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추 장관의 지시가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15년 전의 ‘천정배 법무부 장관-김종빈 검찰총장’ 사례의 데자뷔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는 현행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행된 사례는 2005년 한번 뿐일 정도로 사용 사례가 드물다. 게다가 그 한 번도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도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고, 김종빈 검찰총장은 비합리적인 부분은 승복하지 않겠다고 해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런 와중에 검찰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위반 혐의로 수사하며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천 장관은 “헌법과 법률상 구속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총장은 수사 지휘를 받아들인 뒤 총장직을 사퇴했다. 김 총장의 사퇴로 법무부와 검찰 사이 긴장관계는 극으로 치달았다. 이에 15년이 지난 현재, 추 장관의 지시로 인해 윤 총장이 김 전 총장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15년 후 수사지휘권 행사와 데자뷰?

앞서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검찰 측 증인이었던 최모 씨가 “검찰의 모해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진정을 내자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려보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로 조사를 재배당했고, 인권부는 다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실로 내려보냈다.

이에 추 장관은 감찰부 직접 조사 지시를 내리며 “이미 감찰부에 가 있는 사건을 재배당해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내는 과정에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여권 내에서는 윤 총장 사퇴론이 터져 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오자 대검찰청은 지난 21일 밤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밝혔다. 추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사흘 만에 협조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 총장이 김 전 총장의 길을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은 평소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2년의 총장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총장은 추 장관 지시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울러 윤 총장이 대검 감찰과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자료 공유와 조사를 지시한 것은 사퇴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간 여권이 사퇴 압박의 명분으로 추 장관과의 마찰을 내세운 탓이다.

추 장관도 윤 총장의 퇴진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윤 총장의 거취보다는 7월 검찰 정기인사와 검찰개혁 후속작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둔 힘겨루기라는 의미다. 

윤 총장 사퇴론을 주장하던 여권도 다소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앞으로는 윤 총장에 대한 거취 문제는 당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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