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해고됐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전 노조위원장이 복직한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지난 22일 1,902명에 달하는 공항 여객보안검색 종사자(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화(직고용)를 발표하자 논란이 들끓고 있다.

공사 측은 여객보안검색 종사자가 즉시 직고용 될 경우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 신분이 해제돼 국가 중요시설인 인천공항의 방호체계에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6월말 협력사 계약종료 시 보안검색을 경비자회사(인천공항경비)로 임시편제하고 관련 법·제도적 이슈를 해결한 뒤 직고용 전환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직고용 방법으로는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전환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청원경찰은 필요시 무기를 소지할 수 있어 방호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법적 측면에서 특수경비원과 거의 동일해 현재 수준의 공항 방호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 보안요원 1,900여명 직고용, 내부 직원들 반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공사 일반직(정규직)과 자회사행(行)을 택한 타 비정규직 직종 종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공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은 보안검색 업무가 공항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는 것을 공감하며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굳이 공사 소속으로 직고용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자회사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더라도 공항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선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직장에 입사한 직원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입 공개채용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꼬집는다. 보안요원들이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현재 1,600여명인 정규직 직원수는 3,500~3,6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신규채용에 대한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은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등을 유사 사례로 들었다.

이와 함께, 기존에 공사 측과 협의를 통해 전문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을 확정한 타 비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굳이 ‘보안검색요원’만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사의 전문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종은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이 있다.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 22일 게시됐으며, 하루가 지난 23일 오후 3시 기준 7만2,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 커뮤니티나 채팅방 등에선 근거없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알바(아르바이트)로 보안검색요원 직무를 수행하던 사람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설상가상 공사 근무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정규직 전환을 앞둔 비정규직 근로자들 일부가 “금방 관두려 했는데 이득이다” “현직들 대학+공부 5년 난 그냥 벌었다” 등의 글을 올렸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오픈채팅방 내용만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정규직 전환을 앞둔 인천공항 보안검색 종사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 핵심 관계자는 “오픈채팅방에는 불특정 다수가 입장할 수 있어 음란한 언행을 하는 이들의 소속도 본명도 불분명하며,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보안업체 전 인사담당자라고 밝힌 인국공 보안검색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각에서 공사 보안검색 종사자 중 알바도 있으며, 이들까지 모두 정규직화 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인천공항 내 근무하는 보안요원을 채용하는 보안업체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등을 통해서는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사람인이나 잡코리아를 이용하는데 최종합격까지 오르는 과정도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국가기관에서 인증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이후 약 한 달 동안 208시간 교육 이수가 필수”라며 “알바를 채용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보안검색요원 채용 시에는 토익 등 외국어구사 능력 등을 따져 경쟁률도 20대 1 수준으로 치열하다. 우리도 힘들게 노력해 보안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직고용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에 대해 “공사 노조 측은 우리(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본인들이 만들어 둔 기득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사 측은 보안검색요원들을 직고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공항 보안검색요원을 자회사 소속으로 직고용하고 이들에 대해서만 특수경비원 신분을 부여할 시 형평성 및 일관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할 뿐 그 외 추가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보안검색노조 측은 일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와 관련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법적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