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평가 전문 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가 각종 사내 구설로 홍역을 겪고 있다. 최근엔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국기업데이터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기업 신용평가 전문 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가 뒤숭숭하다. 노사 갈등을 비롯해 사내 구설수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엔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불거졌다. 사측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을 추궁하고 인사 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데이터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블라인드’는 대표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이다. 익명 게시판인 만큼 직장인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올라온다. 회사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23일 <경향신문>은 한국기업데이터가 이러한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을 불러 추궁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회사 임원 A씨는 지난 4월 27일 한 직원과 대화 과정에서 “블라인드 글을 누가 썼다는 자료가 나와 사장이 불러다 질책했다는 거 알지 않느냐”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장 면담에 불려갔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한국기업데이터 직원 B씨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5월쯤 사장실에서 사장으로부터 ‘블라인드 글을 썼느냐’, ‘네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 누구냐’ 식으로 취조를 당했다”며 “(사장이) 다른 4~5명을 언급하며 작성자를 묻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인 C씨도 지난해 4~5월쯤 사장실에 불려가 비슷한 추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 C씨는 사장이 전체 직원을 모아놓고 블라인드에 회사 비방 글을 쓰지 말라는 언급을 했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기도 했다.  

한국기업데이터 노조 측도 이 같은 의혹에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노조 측은 당시 면담에  최소 6명이 불려갔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오지 발령 등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사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장이 직원을 불러 블라인드에 글을 쓴 직원을 추궁한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블라인드 역시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임원도 해당 블랙리스트와 직원 면담 의혹을 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이번 이슈가 극심한 노사 갈등 과정에서 나온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장기간 노사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의 경영상 문제와 성과장려금 제도 개편, 낙하산 인사, 부당한 인사 발령 의혹 등 각종 사안을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대표이사인 송병선 사장과의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관료출신인 송 사장은 2018년 2월 한국기업데이터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노조 및 사내 문제가 부각되면서 홍역을 겪고 있다. 올해 블라인드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비판 글도 다수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 10일엔 대전에 근무하던 한 지사장급 직원이 돌연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숨진 지사장 A씨는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초 대전으로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유가족은 그가 보복성 인사 발령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인사 발령 과정은 정식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 뿐”이라며 보복성 인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어 “고인의 사망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현재 유가족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와의 갈등 문제에 대해선 “불협화음이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은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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