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남북관계가 해결되려면 북미대화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존 볼턴 전 백악관 NSC 보좌관의 회고록에 한반도 외교에 대한 서술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 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이 2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회고록 속 한국 정부에 대한 서술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이 재임하던 중(2018년 4월~2019년 9월) 진행된 세 차례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한국 정부 역할에 대해 평가를 남겼다. 다만 이 회고록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객관성과 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볼턴 반대에도 세 번이나 만난 북미 정상

회고록의 한반도 관련 서술을 살펴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대화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고, 이를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북미정상회담도 반대했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은 세 차례나 만났다. 회고록에 따르면, 북미 양 정상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제안’에 따라 만났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옮기자면 정 실장이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이후 정 실장은 김 위원장에게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이 자신이었다고 거의(all but) 시인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는 한국이 만든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이나 우리(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를 위한 창조물이었다”고 적었다.

회고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국내 언론은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정 실장은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의 행간을 읽어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고, 북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주도했다’고 읽을 수 있다. 즉,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북미 정상이 움직였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 “북한 문제 해결 위해 미국 설득한 사례”

또 볼턴 전 보좌관은 1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종전선언이 논의된 것 역시 북한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통일 의제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일주일 전 까지는 종전선언을 ‘언론에 점수를 딸 기회’라는 생각에 빠져있었고,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이 명시될 뻔 했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의제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서술에서도,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판문점 대동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회동을 성사시키는 것이며, 남한 대통령이 현장이 없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남한 영토로 들어오는 것은 올지 않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켰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YTN 방송에 출연해 “북미 간의 정상회담이 우리 한국이 만든 통일 아젠다에 의해 미국이 딸려갔다는 것인데,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우에 따라 미국이 원치 않더라도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환경을 만들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볼턴 회고록에서의) 표현은 문 대통령의 통일 시나리오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했다고 하지만, 그건 미국의 입장”이라며 “저희 입장에서 보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수단과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을 (한국이) 설득할 수 있다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