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46명의 의원들이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46명의 의원들이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은 지난 22일 인사청문회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인사청문회를 ‘공직 윤리’와 ‘공직 역량’ 청문회로 분리하고, 도덕성을 검증하는 ‘공직 윤리’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개정안은 공직 윤리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되 인사권자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 할 때 첨부 문서로 ‘사전 검증 보고서’를 추가하도록 했다. 또 임명동의안의 처리기간을 현행 20일에서 30일로 연장하도록 했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비판이 제기됐던 만큼 개정안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대해 3일 이내 표결하도록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인사권자가 보고서의 내용을 존중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상민, 김경협, 윤관석, 전혜숙, 강병원, 고용진, 권칠승, 기동민,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 46명이 공동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57개나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인사 청문 기간을 연장하고 허위 진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 2014년 새누리당도 ‘도덕성 검증 비공개 추진’

그러나 민주당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추진되는 것은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를 계기로 출범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인사청문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내용의 인사청문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정치혁신실천위 김기식 간사는 당시 “개혁을 핑계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주요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도덕성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인사청문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도덕성 관련 의혹들이 터져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인사청문회가 과도한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며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게 제기됐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 공직 기피, 정치 불신 조장 등 부작용도 크다”며 “윤리, 역량 청문회를 분리하는 인사청문회 ‘정상화’는 최우선적 정치개혁 과제이자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집권여당이 인사청문회마저 무력화시키려는 것에 다름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짓밟은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던 민주당이 결국 자기들만의 인권보호를 위해 해묵은 감성 팔이로 포장한 것일 뿐, 제2,제3의 조국을 양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76석 거대여당이 되더니 ‘인사청문회 프리패스법’까지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인사청문회 프리패스법'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해도, 국회의 권리이자 견제수단이 사라져도 정녕 상관없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던 문재인 정권이 결국 공직 임명에서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그 도덕적 허무주의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인사청문회 비공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 목소리와 달리 지난 2002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보완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한다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이지만 국회의 도덕성 검증에 대한 판단을 대통령이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비공개 도덕성 검증과 역량 검증을 분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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