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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정치 현주소
다수파가 된 민주당의 과제… 수권정당의 모습 보이기
[한국정치 현주소①] 민주세력, 진정한 다수파일까
2020. 06. 25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는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책임정치는 무섭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 여론은 한 순간에 돌아선다. 그래서 지금의 다수당도 언제든지 몰락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치도 변화를 맞고 있다. 보수세력 중심에서 민주세력 중심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위크>에서는 최근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정치판을 예상해 봤다. <편집자 주>

4·15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4·15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4·15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이같은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개원,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강행하고 있다. 본지는 국회에서 나타난 모습처럼 실제로 민주당이 다수파를 대변하게 됐는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진단해봤다. 

◇ 민주당의 대변 ‘민주세력’

민주당은 한국 정치 지형의 특이성으로 인해 범진보로 분류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강령 첫머리를 살펴보면 ‘항일정신, 민주이념, 모든 시민의 권리 향상, 한반도 평화’ 등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치는 통상적으로 통하는 ‘진보’의 가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민주당은 ‘민주세력’(민주화 운동 세력)으로 정의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분류해보자면 민주세력과 미래통합당 등의 보수세력이 한국 정치 세력 중 가장 큰 두 집단이며, 1948년 정부수립 이후 70여년은 이 두 세력의 수권경쟁이 이어져 왔던 셈이다. 

다만 1997년 15대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보수세력이 오랜 시간 동안 수권을 해왔고, 그 이후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면 민주세력은 10년간 집권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3 지선), 그리고 이번 21대 총선까지 민주세력은 계속 승리를 거둬왔다. 민주세력이 정말로 다수파를 차지했는지 여부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6·4 지선)부터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민주계열 정당의 득표수를 통해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 민주세력의 연이은 선거승리 의미

본지는 지방선거의 경우 광역비례대표가 각 당의 득표력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판단해 광역비례대표 정당 득표수, 총선에는 전체 지역구 득표수, 대선에는 각 정당 후보별 전체 득표수를 통해 민주세력의 규모를 파악했다. 

2014년 6·4 지선에서 보수세력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민주세력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박근헤 정부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앞섰다. 새누리당은 광역비례 총 투표수 22,824,231표 중 11,063,916표(48.47%)를 얻었고, 새정치연합은 9,411,492표(41.23%)를 얻어 보수세력과 민주세력의 규모 차이가 여전함을 나타냈다.

2년 뒤 2016년 4·13 총선에서는 전체 지역구 투표수 24,002,420표 중 새누리당은 9,200,690표(38.3%), 민주당은 8,881,369표(37%)를 얻었다. 그러나 지역구는 새누리당이 105석, 민주당이 110석을 얻었다. 

다만 양쪽 진영 다 유권자들의 이탈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3,565,451표(14.9%)로 25석을 얻는 대약진을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은 전체 32,672,175명의 유권자가 참여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13,423,800표(41.09%)를 얻어 당선됐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의 홍준표 후보는 7,852,849표(24.0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6,998,342표(21.42%)를 득표했다.

2018년 6·13 지선 광역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은 12,996,592표(51.42%)를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한국당은 7,017,554표(27.76%)를 얻었고, ‘안철수·유승민 합당’의 결과물인 바른미래당은 1,973,141표(7.81%)만을 얻었다.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세력의 균열이 있던 2016년 20대 총선이 치러진 다음해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1,342만표를 얻어 785만표를 얻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가볍게 이겼다. /뉴시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지역구 선거에 투표한 28,466,267명의 유권자 중 14,192,505명(49.91%)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반면 통합당은 11,798,502표(41.45%)라는 표를 얻고도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순서대로 살펴보자면 민주세력은 2014~2020년 사이의 선거에서 940만표→888만표→1,342만표→1,299만표→1,419만표의 변화를 보였다. ‘문재인 대세론’이 있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 일시적으로 1,342만표를 얻은 것이 아니라 6·13 지선에서 1,299만표, 4·15 총선에서 1,419만표를 얻음으로써 세력이 확장됐음을 증명했다.

보수세력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 하다. 2014년부터 6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1,106만표→920만표→780만표→701만표→1,179만표의 변화를 보였다. 민주세력이 20대 총선에서 888만표밖에 얻지 못했으나, 보수세력도 당시 총선에서 1,000만표대 사수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민주·보수세력에서 이탈한 356만명의 유권자가 국민의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수세력은 2016년 20대 총선을 분기점으로 유권자 집단의 균열이 있었고, 19대 대선 당시 떨어진 표심은 6·13 지선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정권심판론 등과 보수 몰락의 위기감으로 인해 보수세력의 총결집이 일어나 1,179만표를 얻었지만, 범진보 및 민주세력도 총결집해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요약하자면 보수세력은 2016년 이후 균열됐으며, 외연 확장은 실패했다. 민주세력은 2016년 이후 표의 규모가 커졌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보수세력이 총결집한 21대 총선에서 이기면서 ‘표싸움’에서 다수파가 됐음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 수권정당 입지 확고화가 민주당 과제

이로써 만년 2등의 위치에 있거나, 불안한 1등을 점유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외연을 확장해 다수파가 됐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행정권력·의회권력·지방권력까지 모두 쥐고 있는 상황이라 국정 동력 약화 우려도 덜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즉 외연확장에 성공한 민주세력의 과제는 바로 이 세력을 공고화하는 것이다. 이번에 민주당을 선택했던 유권자들을 다음 선거에서도 투표장으로 인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정부 20년 집권 계획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4번 정도의 연속집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수권정당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지난 열린우리당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은 과반 의석을 얻었다. 또 이번 21대 총선과 같이 초선의원이 대거 입성한 것도 같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에 실패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민주세력은 정권재창출에 실패, 10년 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이 대표는 2018년 당대표 출마선언문에서 “지금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고 모든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하는 책임 있는 정당, 수권 능력 있는 정당은 오직 우리 민주당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과 민주당원은 사적 이익과 권력 의지가 아니라, 공적 의식과 책임 윤리를 더 강하게 가져야 한다. 더 개혁적이어야 하고 더 진보적이어야 하며 더 유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가야할 방향인 셈이다.